[여행] 파릇파릇 돋아난 봄 기운에 살며시 '봄'

강경록 기자I 2017.03.10 05:01:01

햇살이 머무는 고장 전남 고흥
금이 겁나게 많이 난다고 해 ''거금도''
거금대교 건너 해안도로 따라 절경이어져
지붕없는 미술섬 ''연홍도''
곳곳에 소라 등 조형물 넘쳐

전남 고흥 인학마을 대화농장에는 봄의 전령사 매화들이 꽃망울을 터뜨린 채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어떤 꽃보다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린다.
고흥 거금도 해안일주도로 길가에 핀 매화를 여행객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섬 속의 섬’ 연홍도 어느 들판에 봄 야생화인 ‘광대나물’이 따스한 봄 햇살에 기지개를 털고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3월이다. 산과 들에 봄빛이 눈부시다. 봄기운이 손목 잡아 이끄는 대로 그냥 발길을 맡겨두고 싶은 때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저절로 충전될 봄날 이어서다. 코끝을 스치는 갯내음은 코끝에 향기를 더하고, 저 멀리 남녘에서 불어온 따스한 바람은 이마를 간지럽힌다. 섬마을 산자락마다 햇살이 콕콕 찔러 밭이랑마다 아지랑이가 자욱하다. 꽃그늘 드리운 바닷길과 푸른 새싹 융단처럼 깔린 푸른 언덕에도 봄의 전령이 소식을 알린다.

전남 고흥 거금도 들판에는 마늘·양파들이 이룬 초록융단이 펼쳐져 있다.
◇봄기운 가득한 남도 섬마을 ‘거금도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 소록도 바로 아래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다. 금이 겁나게 많이 나서 거금도(居金島), ‘거억금도’라고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지난 2011년 거금대교가 개통하면서 섬에서 벗어나 육지가 됐다. 거금대교의 영문 표기는 ‘골든 브리지(Golden Bridge)’이다. 소록도와 거금도를 연결하는 2km의 사장교. 이 다리로 인해 30분 뱃길이 5분으로 단축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전거·보행자 도로(1층)와 차도(2층)을 구분한 복층 교량이다. 걸어 다니는 사람에 대한 배려인 셈이다.

거금도에 들어가면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것이 좋다. 최근 거금도 일주도로가 개통하면서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금산 몽돌해변, 갯바위 낚시터 등 해안을 따라 볼거리가 이어진다.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총총히 박혀있어 그림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더불어 맑은 해풍과 따뜻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거금도 봄 여행의 ‘덤’이다.

이미 섬 곳곳에는 봄빛이 스며들었다. 들판에는 마늘·양파들이 이룬 초록융단이 펼쳐져 있고, 매화도 수줍은 듯 꽃잎을 내밀었다. 그중에서 눈에 확 띄는 초록빛 주인공은 양파와 쪽파다. 이 일대 산자락과 들판은 온통 양파와 쪽파 천지다. 아삭하고 달큰한 맛을 자랑하는 거금도 양파는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을 맞고 재배돼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밭마다 두셋씩 앉아 밭을 일구는 노파의 모습에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이 나른한 초록 들판을 매만져 다독이는 건 할머니, 할아버지 손길이다. 투박한 손 끝에서 흙더미는 자지러지며 푸릇푸릇한 냉이, 달래 내음을 내뿜는다.

고흥 거금도 공룡알해변 앞에 핀 홍매화
거금도 일주도로가 열리면서 오천 몽돌해변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고흥의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다. 모래대신 커다란 몽돌바위부터 아기 고사리 손 마냥 아기자기한 몽돌이 가득하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와 몽돌시아로 스쳐지나가는 파도소리에 호젓한 분위기가 난다. 국도 27호선 종점인 오천항 가기 전 하얀파도 펜션 앞에 ‘공룡알 해변’도 꼭 가볼만하다. 모난 돌이 파도를 만나 둥글어지면서 만들어진 몽돌이 수두룩하다. 이곳에는 돌의 크기가 워낙 커서 공룡 알이라 부르는 몽돌이 펼쳐져 있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흐르면 공룡 알이 모래알이 될까. 이 공룡 알 들고갈 생각은 아예 접는게 좋다. 무거워서 들지도 못할 정도다.

신양선착장에서 바라본 영홍도. 우뚝솟은 산은 바다 건너 완도 금당도의 절벽바위다.
◇ 지붕없는 미술섬 ‘연홍도’

연홍도는 거금도에 딸린 작은 섬이다. 넓은 바다에 떠 있는 연(鳶)과 같이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100여 가구에 500여 명이 살았던 적도 있다. 지금은 50여 가구 80여 명이 거주한다. 연홍도는 거금도 신양선착장의 코앞에 떠 있다. 선착장에서 연홍도까지 거리는 불과 500m. 신양선착장에서 연홍도를 작은 통통배가 섬과 섬 사이를 오간다. 사실 여객선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작은 배다. 승선표는 없이 선장에게 직접 뱃삯을 치러야 하는데, 섬에 들어갈 때는 요금을 받지 않고 나올 때 왕복 요금을 받았다. 섬 주민은 1000원이고, 외지인에게는 3000원을 받았다. 간혹 급행이 필요할때는 선장에게 1만원짜리
고흥 매화마을로 유명한 인학마을의 대화농원
지폐를 살며시 내밀고 부탁하면 웬만해선 거절하지 않는다.

연홍도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눈길을 붙잡는 것은 방파제에 세워놓은 조형물이다. 방파제 끝에 소라껍데기 조형물 두개를 세웠고, 그 뒤로 바다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바람개비를 돌리며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원색의 철제 구조물로 형상화해 세워두었다. 노인들만 남은 이 섬에도 저렇게 아이들이 뛰어놀던 때가 있었을까.

선착장에서 자그마한 마을을 기웃거리며 걷다 보면 이내 반대편 바다다. 이쪽에서는 완도에 속한 섬 금당도의 우람한 석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기암괴석이 많기로 이름난 금당도는 완도 쪽에서 들어갈 때보다, 이곳 연홍도에서 보는 경관이 더 훌륭하다. 연홍미술관은 금당도가 마주 보이는 해변에 있다. 미술관 정원 앞의 바닷속에는 물고기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옥빛 바닷속에서 은빛 스테인리스스틸 물고기가 등을 드러내고 있는 형상이다.

연홍미술관은 연홍도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국내 유일의 섬마을 미술관으로 현재 재건축이 한창이다. 공방을 새로 짓고 내부 조명시설도 교체했다. 미술관은 4월 7일 ‘섬 여는 날’ 행사 때 재개관한다. 선창가 집은 사진박물관으로 변신했다. 주민들이 기증한 추억의 사진 400여 장이 박물관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작가가 1주일 넘게 머물면서 흉물처럼 남아있던 김 가공 공장을 훌륭한 예술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섬 남쪽 끝에서 북쪽 끝을 잇는 둘레길도 만들어졌다. 반대편 바다에는 완도에 속한 섬 금당도의 우람한 석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그래서 이름조차 병풍바위라 불린다. 기암괴석이 많기로 이름난 금당도는 이곳 연홍도에서 보는 경관이 가장 웅장하고 아름답다.

연홍미술관 정원 앞 바다속에 설치한 물고기 조형물


◇여행메모

△가는길= 고흥읍에서 27번 국도를 타고 끝까지 가면 소록대교를 건너 거금대교를 지나면 거금도다. 거금대교를 지나자마자
죄회전해서 들어가면 거금도 일주도로를 따라 들어갈 수 있다.금산면사무소를 지나자마자 중촌삼거리에서 배천·신양 방면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연홍도 가는 배가 뜨는 신양선착장이다. 선착장에서는 하루 일곱 번 연홍도로 가는 배가 뜬다.

△그외 가볼만한 곳= 팔영산은 고흥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곳. 산자락 아래 징검다리처럼 솟은 섬들이 펼쳐진 섬들이 펼쳐진 다도해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용바위는 영남면 우천리 용암마을 해변에 위치했다. 옛날 남해바다의 해룡이 하늘로 승천할 때 이곳 암벽을 타고 기어 올라갔다 하는 전설이 있다. 과역면에 위치한 커피사관학교는 커피 마니아를 위한 맞춤 공간이다. 커피콩이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고흥 거금도 거금일주대로전망대에서 바라본 고흥 앞바다
고흥 거금도 공룡알해변
녹동항에서 바라본 소록대교 일몰
연홍도 방파제 위에 설치한 철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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