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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가 주목하는 지점은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위험이다. 이 상품들은 하루 단위로 목표 배율(2배·3배 등)을 다시 맞춰야 하는데, 주가가 오르면 노출을 늘리고 내리면 줄여야 하며 심지어 인버스(하락 베팅) 상품도 랠리 이후엔 매수해야 하는 역설적 구조를 갖는다. 이 리밸런싱이 종가 기준으로 이뤄지다 보니 장 마감 막판에 조정 물량이 몰린다. RBC캐피탈마켓의 에이미 우 실버맨 파생상품전략 헤드는 “옵션시장에서는 이를 ‘숏 감마’라 부르는데, 요점은 큰 변동이 또 다른 큰 변동을 낳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는 지난 6월 코스피 변동성이 정점에 달했을 당시 기초자산이 1% 움직일 때마다 레버리지 ETF 업계 전체가 리밸런싱을 위해 100억달러(약 14조1300억원)어치를 사고팔아야 했다고 추산했다. JP모건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전략가는 “레버리지 ETF 자산이 기초자산 시가총액 대비 커지면서 이례적으로 큰 리밸런싱 물량이 발생했고, 이것이 다른 수급을 압도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며 “AI 편중이 심한 만큼 앞으로도 대형 리밸런싱 물량과 기술주 변동성 확대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레버리지 ETF 자산은 약 2500억달러로 22조달러가 넘는 전체 ETF 시장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하루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비중을 훨씬 웃도는 존재감을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거래대금은 지난 1월 저점 대비 6월 정점까지 3배로 늘어 30일 평균 약 700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불리시(상승 베팅) 레버리지 ETF 약 800개를 분석한 결과 자금이 소수 AI 종목, 그중에서도 메모리반도체 4개사 연계 상품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CSOP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한때 자산 170억달러로 세계 최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됐는데, 일일 거래대금 대비 몸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주가를 추종하는 게 아니라 주가를 움직인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어 매크로전략 헤드는 2018년 VIX 연계 상품 붕괴를 언급하며 “이런 식으로 VIX ETF가 터졌다. 기계적 리밸런싱 프로세스는 위험했다”며 “지금 상품이 그때만큼 나쁘진 않지만 여전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RBC 실버맨은 “밈 투자 광풍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있다”며 레버리지 ETF와 무관한 투자자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경고했다. 반면 서스쿼해나인터내셔널그룹의 크리스 머피 파생상품전략 공동헤드는 “투명하고 유동성 있는 상품에 담긴 상대적으로 잘 이해된 위험”이라며 다른 시장 위험에 비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규제 대응 속도의 차이도 드러냈다. 미국은 신규 레버리지 ETF의 배율을 사실상 최대 2배로 제한하고 있으며, 규제당국은 최근 3배 이상 신규 상품 출시 시도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반면 한국은 올초 10여개 상품의 설정을 한꺼번에 허용한 뒤 시장이 흔들리고 나서야 증거금 상향과 상장 제한이라는 사후적 조치를 취했다.
블룸버그 진단대로면 이번 코스피 사태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의 예고편일 수 있다. AI 랠리가 재개될 경우 비슷한 쏠림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이 레버리지 배율 자체를 사전에 규제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증거금 상향·상장 제한 같은 사후 대응에 그쳤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국내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상시적 규제 강화로 이어질지가 다음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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