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그런 기미가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USTR는 업계 의견을 취합한 뒤 조만간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글로벌 무역정책을 모니터링하는 스위스의 연구기관 ‘글로벌 트레이드 얼러트’(GTA)는 한국을 173개국 중 트럼프발 무역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았다.
미국이 FTA 개정을 요구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2018년 트럼프 1기 때도 두 나라는 협정문을 고쳤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가 “끔찍한 거래”라며 공세를 폈다. 협상 결과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폐지 기한이 2041년까지 20년간 연장됐다. 그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새 협정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이 무역협력의 본보기를 세웠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문제는 지금이다. 7년 전엔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기용해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지었다. 협정문 서명은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이뤄졌다. 지금은 정상외교 공백 상태에서 ‘코리아 패싱’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마땅한 파트너가 없자 인도·태평양 순방 일정에서 한국을 뺐다. 미 에너지부는 1월 한국을 북한, 중국과 같은 ‘민감국가’로 분류했으나 정부는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4월 2일 상호관세 발효를 계기로 무역폭풍이 한국을 덮칠 기세다. 눈 뜨고 당하지 않으려면 미국통인 한덕수 국무총리라도 하루빨리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