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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짝퉁거래]②시내 한복판 주택 급습하니..가짜 명품 쏟아져

박진환 기자I 2021.06.02 06:10:30

특허청 특사경 단속 동행해보니
몇주전 첩보 입수해 현장단속
"이 XX야. 비켜 칼로 목을 다 XX할꺼야”
단속과정서 거센 저항땐 아찔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이 서울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위조상품을 판매한 A씨를 검거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위조상품이 평온한 주택가까지 침투했다. 그간 위조상품 판매상들은 인적이 드문 농촌이나 도시 외곽에 창고 형태로 운영했다면 최근에는 단속을 피해 평범한 주택가에서 라벨·포장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중국 등지에 현지 공장을 두고, 온라인에서 주문을 받으면 배송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데일리 취재진은 최근 특허청 상표 특별사법경찰과 위조상품 단속에 동행했다. 단속 대상은 수개월전부터 온라인에서 위조한 해외명품 패션 관련 악세사리를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당일 오전부터 특허청 특사경 8명이 대기에 들어갔고, 시간은 흘러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택배를 받기 위해 잠시 문이 열린 집을 4명이 동시에 급습했고, 놀란 집 주인과 큰 언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특허청 상표 특별사법경찰관입니다. 위조상품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왔습니다. 잠시 협조해주시죠”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대방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4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A씨는 “야 이 XX야. 비켜 칼로 목을 다 XX할꺼야”라며 거세게 반항했고, 현장의 분위기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A씨가 갑자기 밖에 주차된 차로 뛰어가려고 했고, 현장에 있던 특허청 특사경들이 이를 제지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그러나 뒤에 있던 특허청 특사경 4명이 추가로 진입한 데 이어 112에 신고해 경찰관 2명이 들어오자 긴박했던 현장은 종료됐다. 특허청 특사경들이 집을 수색하자 몽블랑과 페라가모 등의 명품 브랜드 제품들이 쏟아졌다. 또 차량에는 수십㎝ 크기의 흉기도 발견됐다. 만약 A씨가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을 놓쳤다면 큰 참사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이 서울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2000건이 넘는 위조상품을 압수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현장을 지휘한 박원성 특허청 산업재산조사과 대전사무소장은 A씨에 위조상품 유통·판매 현행범임을 고지한 뒤 현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양손에 수갑이 채워지자 A씨는 갑자기 태도를 돌변했다. “아, 저는 그냥 아르바이트생이고, 저는 이 제품들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몰라요.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라며 항변했다. 그러면서 “전과도 있고, 교도소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도 모르게 거친 말이 나온거지 진짜 해칠 의도는 없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달라”며 연신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현장의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같은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실장으로 불리는 A씨에게 현장의 상황을 묻는 듯한 통화가 계속 이어졌다. A씨는 “저는 단순히 택배 배송을 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더 큰 조직은 XX에 있고, 원하시면 사무실도 알려 드리겠다. 제발 이번 한번만 봐달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서울의 주택가 한복판에서 나온 위조상품의 양과 품질은 특허청 특사경들을 놀라게 했다. 2000점이 넘는 명품 제품들이 나왔고, 제품의 질은 물론 포장용 박스의 질도 정품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번에 적발된 위조상품의 시가는 모두 12여억원으로 네이버 등 국내 유명 온라인쇼핑 플랫폼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특허청 특사경은 A씨와 공범 등을 대상으로 보강 수사를 거쳐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 박원성 특허청 대전사무소장은 “현장단속에 나갈때마다 오늘과 같이 위험한 일이 종종 벌어진다”며 “위조상품 단속 업무가 경찰은 물론 지자체에도 있지만 이들 기관이 여러 이유들로 외면하면서 온라인과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에서 위조상품이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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