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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범준 박종오 기자] “당신의 상환의지가 담보입니다.”
JB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전북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주에 있는 본점 영업부를 포함한 전국 주요 영업점에 이같은 안내문을 내걸었다. 한국GM 군산 공장 철수 등 지역 경기가 안 좋아지자 자영업자 등 지역 중·서민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서민금융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한국GM 군산 공장과 중소 조선사 등을 연이어 방문해 JB금융에 포용적 금융을 당부한 것도 전북·광주은행이 서민금융에 적극 나선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를 증명하듯 전북·광주은행의 중금리 대출은 국내 은행 중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중 연 6~10% 수준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전북·광주은행이 각각 43.5%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38.4% 대비 약 5.1%포인트 커지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는 KEB하나은행 21.3%, KB국민은행 11.3%, 우리은행 10.3%, 신한은행 8.3% 등 주요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비중 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북은행의 정책금융 및 자체 상품을 모두 포함한 중금리 대출 잔액 역시 지난해 말 기준 5700억원으로 전년(3820억원) 대비 약 49.2%(188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광주은행은 88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6117억원) 대비 43.9%(2684억원) 늘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임용택 전북은행장과 송종욱 광주은행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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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행장은 이를 위해 고객의 신용등급보다 상환 의지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당부하고 ‘당신의 상환의지가 담보입니다’라는 현수막을 전 영업점에 걸도록 했다. 그 결과 전북은행은 자체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해 SGI서울보증 없이 은행 자체 보증으로 중금리 전용 상품인 ‘사잇돌 대출 2’를 출시했으며 연체율은 2% 안팎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종욱 행장도 수차례 “지역 중·서민에 대한 금융지원과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상생발전하며 지주사 및 계열사와도 긴밀한 협력을 통해 그룹 시너지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전북·광주은행뿐 아니라 다른 지방은행들도 중금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 3월말 기준 가계 신용대출 중 중금리 대출 비중은 제주은행 26.7%, BNK부산은행 22.4%, DGB대구은행 21.3%, BNK경남은행 15% 등으로 대체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방은행들이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신용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정부의 ‘포용적 금융’ 정책 기조 아래 제1금융권과 2금융 사이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들 입장에선 서울·수도권에서 시중은행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각 지역에서는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과 이미지 제고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정부 역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층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뒤 고금리 대출 또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금리 절벽’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사잇돌 대출’과 ‘새희망홀씨 대출’ 등 정책 중금리 상품 공급을 확대하고 나서 지방은행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지역경기가 악화되자 대출 수요자들의 상환 의지·역량에 따라 적정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촘촘하게 구성된 중금리 대출 상품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방은행들이 보다 넓은 금융 계층을 포용함으로써 중신용자 및 중금리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