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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밭에서 쇳물 뽑는다…저탄소 고급강으로 美 모빌리티 정조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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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I 2026.09.06 09: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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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포스코 합작한 美 전기로 2029년 가동
여의도 면적 2.5배가 車강판 전문 제철소 탈바꿈
현지 GM·폭스바겐·혼다 등 완성차 접근성도 우수
최적 입지 평가…유럽 선진시장 고객 유치도 기대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 공장 부지 전경.(사진=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 공장 부지 전경.(사진=현대제철 제공)
[도널드슨빌(미국 루이지애나)=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미국에서 두번째로 긴 미시시피강 하류를 따라 펼쳐졌던 광활한 사탕수수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드넓은 평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군데군데 임시 시설과 건설 중장비, 공사 안내판이 이 곳에 들어설 K철강 생산기지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4일(현지시간) 첫 삽을 뜬 이 땅에 3년 뒤 자동차 강판용 전문 고급강을 생산하는 전기로 제철소가 들어선다. 그 면적만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해당하는 223만평(737만㎡) 규모에 달한다. 사탕수수를 키우던 땅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움직이는 쇳물을 만드는 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김형진 현대제철 북미철강사업전략본부 전무는 “이번 HPLS(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일체형 전기로라는 점에서 미국 현지의 다른 전기로에 비해서도 에너지 경쟁력이나 품질 자체에서도 월등히 우월하다”며 “70년 넘게 축적한 현대제철의 전기로 운영 경험을 활용함과 동시에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기술력을 더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순환형 모델 재현

이날 HPLS 기공식 현장에는 한미 양국 정관계 인사 뿐만 아니라 산업계 주요 인사, 주주사 관계자 등 총 250여명이 참석해 발디딜 틈이 없었다. 미국 측에서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윌리엄 키미트 상무부 차관, 트로이 카터 민주당 하원의원, 줄리아 레틀로우 공화당 하원의원 등이 자리했다. 한국 측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경화 주미대사 등 정부 인사들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 투자 기업 수장들이 참석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0년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 이래 구축된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연결하는 자원 순환형 공급망 모델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 20년 만에 미국 현지에서 재현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 진출한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까지 공급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HPLS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서강현 현대차그룹 사장, 김광무 포스코 부사장, 르로이 설리번 도널슨빌 시장,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 수전 부르주아 루이지애나 경제개발부 장관, 줄리아 렛로 연방 하원의원,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클린트 코인트먼트 어센션 패리시 군수, 송호성 기아 사장, 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 코타즈 존슨 RPCC(River Parishes Community College) 재학생.
HPLS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서강현 현대차그룹 사장, 김광무 포스코 부사장, 르로이 설리번 도널슨빌 시장,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 수전 부르주아 루이지애나 경제개발부 장관, 줄리아 렛로 연방 하원의원,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클린트 코인트먼트 어센션 패리시 군수, 송호성 기아 사장, 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 코타즈 존슨 RPCC(River Parishes Community College) 재학생.
이번 전기로 제철소 입지도 글로벌 판매 확대 거점으로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는 2029년 HPLS 전기로 제철소가 본격 가동되면 루이지애나 지역은 아칸소, 앨라배마 등과 더불어 미국 남부 주요 철강 벨트로 부상하는 동시에 인근 대규모 천연가스 단지, 수소 생산 허브, CCS(탄소포집·저장) 시설 등과 연계해 제조업 핵심 클러스터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점은 미국 완성차업체와의 자동차강판 공급망 구축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외에 GM 텍사스 공장, 폭스바겐 테네시 공장, 혼다 앨라배마 공장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공장들과 접근성이 우수하다. 물류비 절감과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미 현지 제철소를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우주 산업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HPLS 제철소는 연산 270만 톤(t) 중 180만t을 자동차 강판에 나머지 90만t은 일반 강재에 적용한다. 직접환원철(DRI)을 전기로에 넣는 고부가 특수강 생산에 주력하면 강재 분야에서 자동차 외 다른 산업에 적용하는 고도화된 철강 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정의선 회장의 구상이다.

김형진 전무는 “미국의 최대 철강업체인 뉴코어 전기로는 다른 공장에서 DRI을 가져와 자동차강판을 생산하지만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직접환원설비(DRP) 자체 운영해 전기로를 가동하기 때문에 품질이 다르다”며 “고품질의 자동차 강판과 저탄소 생산이라는 차별화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높은 철강 수요·가격 고려해 투자…수출 증대도 노려

이번 전기로의 가장 큰 특징은 원료다. 기존 전기로가 주로 철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천연가스로 철광석을 환원한 DRI를 대량 활용한다. 그동안 미국 현지 제철소 등에는 다른 공장에서는 DRI를 가져와 자동차강판을 생산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이번 제철소는 DRI 공장이 바로 연결돼 있는 일체형 전기로다. 제철소 내 원료부터 제품까지 한 번에 생산이 가능한 일관(一貫) 공정 시스템을 갖추고, 고로 대비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고부가 전략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HPLS 공장은 미시시피강 하류 유역을 따라 건설된다는 점에서 최적의 입지로 평가 받는다. 제철소가 들어서는 도널드슨빌 지역은 인근에 미국 대형 철도사들의 노선이 위치해 있어 육상 물류 요충지로 손꼽힌다. 또 미시시피강 유역으로 파나막스급(약 7만t) 선박 접안이 가능한 항만을 구축할 수 있어 해상 운송 접근성도 탁월하다.

HPLS 조감도.(그래픽=현대제철 제공)
HPLS 조감도.(그래픽=현대제철 제공)
글로벌 투자처를 찾던 현대차그룹이 미국으로 결정한 것은 견조한 철강 수요와 높은 가격, 미국 무역장벽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글로벌 철강 수입국 1위인 미국은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쇳물을 생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이 수요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매년 세계 최대 수준인 2000만t 이상의 철강을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집권한 이후 지난해 수입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등 고강도 규제를 실행했지만, 자동차·건설 등 내수 부족분을 수입하면서 지난해에도 2390만t을 사들였다.

철강 가격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열연강판 내수 가격은 톤당 약 1200달러에 이르며 이는 아시아나 유럽 대비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정적인 미국 사업 기반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국 생산 제품의 해외 신규 고객 확보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진제철소 등 국내 생산 거점과의 시너지를 현대제철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 현지 고객사 대응을 통해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유럽 등 선진 시장의 고객을 신규 유치하고, 당진제철소와 순천공장 등에서 생산된 고부가가치 제품을 해외에 확대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어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제철소 건설이 아니라 미래 철강산업과 수소 생태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침체된 국내 철강 수요를 대체하고 수출 증대를 통한 무역수지 개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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