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김가은 기자] “국가 시스템이 왜 자꾸 고장나는건가. 도대체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이달 초 알뜰교통카드 시스템 장애 이후 이용자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이같은 요지의 글을 올렸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 등으로 이동한 거리에 따라 최대 20%의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카드사가 약 10%의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교통카드다. 이번 시스템 장애는 약 47시간, 이틀 가까이 이어지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
10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등이 참여한 ‘행정전산망 개선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이번 달 말 ‘디지털 행정서비스 발전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5일 열린 2차 TF 회의에선 노후된 장비 교체를 포함한 하드웨어(HW) 개선 방안과 민간 클라우드 도입 가속화 등 디지털행정 체질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고위 관료는 “재정적으로 수용한 범위 안에서 관계부처 간 조정을 거쳐 최종 대책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IT전문가들은 일련의 먹통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려면 결국 전자정부의 새 판을 다시 짜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발과 유지보수에 적정 예산이 투입되지 못하는 기존 구조로는 공공 소프트웨어(SW) 품질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진단이다. 실제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연매출 1000억이 넘는 기업 중 공공부문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20개사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1.1%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영업이익률 7.3%와는 차이가 크다. 공공SW 사업을 많이 할수록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사업 유찰율은 2019년 31.4%에서 2021년 47.7%까지 높아졌다.
업계는 민간 위원이 참여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위원회는 민간기업이 선투자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익을 낼 수 있게 보장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민간이 만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활용이 활성화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공공 서비스에 빠르게 접목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IT 예산 늘리기 어렵다면 서비스는 민간에 맡기고 관리감독을 통해 공공성을 유지하는 전향적인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며 “민간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공공 서비스를 개발하면 국내 IT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