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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안건은 바로 ‘재판 신속화 방안’이다. 재판 지연 문제는 전임자였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불거진 문제 중 하나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 취임 첫해인 2017년 전국 법원 민사 1심 사건 중 2년 내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장기미제사건)은 5345건이었으나 2022년 1만4428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조 대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지명 이후 줄곧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취임사를 통해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세심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엉켜있는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재판 지연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선다.
재판 지연 문제의 원인 중 하나인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선 방안 역시 자유토론 주제로 포함됐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사법개혁 방안 중 하나로 판사들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아 법원장을 임명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2019년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법원장이 소속 판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재판 지연 문제 등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조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당시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편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폐지하는 방안 △각급 법원에서 법관회의를 거쳐 2~3명의 후보자를 올려 임명하는 방안 △투표 대신 법원장 인선 자문위를 통해 추천을 받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같은 방안을 통해 인기 영합주의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손보고 장기미제사건을 법원장에게 직접 맡기겠다는 게 조 대법원장의 구상이다.
이를 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환영의 목소리와 우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수도권 지역 지방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판사는 “인기투표식으로 진행되는 법원장 추천제보다는 능력이 있는 법관이 법원장으로 가는 게 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아라고 평가했다. 반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의 한 판사는 지난 12일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법원장 추천제가 재판지연의 원인인지도 불분명하다”며 “폐지할 경우 사법관료화의 심화, 지법 판사들과 고법 판사들 사이의 지위 격차 등 여러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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