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aT가 먹거리와 관련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공공기관인 만큼 농축수산물 수급 안정과 식량 안보를 위해 본격적인 정책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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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후 변화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국내외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며 물가 부담은 물론 식량 위기 의식도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은 “단기로는 수매·비출과 방출로 수급을 조절해야 하지만 중장기로 곡물 생산 기반을 강화해 식량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식량 안보를 위해 그가 제시한 방안은 식량을 보관·가공해 국내외로 공급하는 콤비나트(Kombinat)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을 거친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취임 이후 정부 등 민관 관계자들을 만나며 콤비나트의 구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온라인 경매 방식을 확대해 농산물 유통 단계를 혁신하고 공유형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하며 농가 소득 안정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김치의 날’ 기념식을 다녀오면서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알리는 등 국내외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집무실에서 만난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3월 15일 사장으로 취임한 후 6개월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소회는
△농수산식품산업의 현장을 직접 찾아 소통하고 현안을 챙기면서 제도 개선과 신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소통 경영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공사 사업과 연계방안을 고민하는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을 보냈다. `식량·식품 종합 가공 콤비나트`와 `주민참여형 스마트팜` 등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부처 장관 등 대정부 관계자, 청와대, 전문가, 새만금개발공사 등 유관기관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그 결과 식량 전략 비축기지 건설 검토를 위한 예산이 내년 정부예산안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6년 만에 A등급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동안 혁신 노력을 인정받고 직원들에게 큰 선물을 준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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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김치의 날’ 기념 행사에 다녀왔는데 미국 김치의 날 지정 배경과 의미가 있다면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11월 22일을 ‘캘리포니아주 김치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11월22일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정한 김치의 날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한인의 약 32%가 거주하고 건강식품으로서 김치의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결의문은 한국이 김치 종주국(Korea is the country of origin of kimchi)이라는 설명과 건강식품으로서의 우수성, 김치 역사를 알리는 내용이 담겨 김치가 한국의 대표 음식임을 미국 사회에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김치의 날 제정 기념 행사에 최석호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공식 초청으로 참석하게 됐다. 올해 11월22일에는 ‘제1회 캘리포니아 김치의 날’을 기념해 현지에서 한국 김치 만들기 체험, 케이푸드 홍보관 운영 등 소비자 대상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대표 음식인 김치의 우수성을 미국과 유럽, 신남방 국가 등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 올해 1억8000만달러 김치 수출 목표를 달성하겠다.
-농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랐다.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추진 중인 방안은
△농축산물 물가는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 기상 여건에 따른 작황 부진,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내 수요 증가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우선 단기적 수급 안정을 위해 주요 농산물 도매 69품목 116품종, 소매 90품목 143품종을 매일 모니터링해 지역·품목별 가격과 거래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고추·마늘·양파·배추·무 등 5대 채소류는 수급 상황에 따라 수매·비축과 적기 방출로 수급 조절,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콩, 참깨 등 국내 절대 부족 품목은 저율관세물량(TRQ)을 운영해 민간의 무분별한 수입을 억제하고 있다.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중장기 방안도 필요할 것 같은데
△중장기로는 안정적인 곡물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농산물 유통종합정보 시스템을 고도화해 선제적인 수급 조절에 적응 대응하겠다. 국산 콩·밀의 생산 강화와 소비 촉진을 위해서는 올해 식량 산업 지원단을 신설했다. 밀은 전문 생산단지를 작년 27곳에서 올해 39곳으로 늘리고 건조저장시설 2개소를 선정했다. 밀 소비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군납용 정부 비축 밀 공급과 민간기업 협업으로 우리 밀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콩은 품종 구분 수매제도를 도입해 올해 4개 품종 8000t을 수매할 계획이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 콤비나트 조성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자세히 설명하자면
△aT의 설립 목적은 농수산물 유통과 가격 안정을 통해 수급을 안정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은 세계적으로 곡물을 좌지우지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거기에 버금가는 곳이 없다.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곡물 수출을 통제하면서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져 곡물 가격이 급등세다. 우리나라는 4대 곡물인 쌀·콩·밀·옥수수 중 쌀을 제외하고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다. 국가 차원에서 식량을 확보해 상시 비축·관리하는 식량·식품 종합 가공 콤비나트를 조성해 식량의 안정적 공급기반을 마련하고 식량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콤비나트는 안정적인 공공 비축을 위한 물류·저장시설 구축과 제분·착유시설 등 식품 가공공장을 집적한 전략 비축기지로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공적 시설이다.
-식량 콤비나트 비축기지 조성지역으로 새만금을 추천한 이유는
△새만금 간척지는 쌀·밀·콩 주산지로 농산물 저장·가공 수요가 많고 식품제조업·유관기관이 인접한 배후 기반을 갖췄다. 중국·일본·북한 등 해상 운송이 용이하고 수심이 깊어 대형선박 접근이 가능한 항만 건설을 통해 동북아 식량 허브로 육성이 가능하다. 전략 비축기지와 친환경·신재생·청정에너지 결합 모델은 대규모 에너지 자급자족 개발 사례로서 다른 산업의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식량 안보 대비가 시급한 만큼 국가 정책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며 새만금개발청 등 관련기관과 지속 소통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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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말 농수산식품 수출 실적은 63억3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3.6% 증가한 역대 최고 실적이다. 수출 활성화를 이어가기 위한 방안은
△농수산식품의 지속 수출 성장을 위해 디지털기반 마케팅 강화, 국가별 맞춤 수출 지원 정책, 수출 유망 전략품목 육성, 비관세장벽 애로 해소 지원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비대면 기반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해외 유력 온라인몰과 연계한 상설 한국식품관을 운영·확대하고 인플루언서와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반 홍보 마케팅을 강화하겠다. 또 신남방 지역 인프라 구축, 신북방 마케팅 집중 등 국가별 맞춤 수출 지원 정책으로 시장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 수출 구조를 마련할 것이다. 인삼과 김치에 이어 한국을 대표할 가정간편식(HMR)·기능성 품목을 발굴·육성하고 코로나19로 강화된 비관세 장벽에 수출업체들이 대응하도록 통관·법률 자문 등 현지화 자문기관과 수출업체 일대일 맞춤 지원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농촌 위기 우려가 높다. 지속 가능한 농촌·농업을 위해 관심을 두는 사업이 있다면
△농촌 고령인구와 도시의 청장년 인구가 상생하며 농촌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창출할 수 있는 주민참여 공유경제형 스마트팜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해당 사업은 유관기관이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해 마을기업이 운영하고 농촌 고령층은 노동력 제공, 청장년층은 스마트팜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팜 운영으로 창출되는 수익 일부를 기본소득처럼 마을 전체 농가와 균등하게 배분해 농촌복지를 현실화하고자 한다. 스마트팜을 통해 재배한 농산물 판로를 책임지고 확보해 안정적 농가 소득 창출에 이바지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방 인구를 유입하는 농촌의 신사업 모델로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 경매 등 농산물 유통 혁신 과정에서 aT가 맡고 있는 역할은
△aT는 기존 도매시장 단점을 해결하고 유통단계 축소와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9년 온라인 경매를 도입했다. 구매사는 직접 산지를 방문하지 않고도 실시간 사진·동영상으로 품질을 확인·구매함으로써 상품 검색 비용과 시간을 절감한다. 판매사는 다른 기관에 비해 저렴한 수수료와 판매 후 대금 익일 지급, 기준가격 확정으로 농산물 제값 받기가 가능하다. 지난해 온라인 경매 실적은 156억원으로 전년대비 32배 증가했다. 유통 비용 절감액도 2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전년대비 28% 신장한 200억원 거래가 목표다.
■김춘진 aT 사장
△전주고 졸업 △경희대 치의학사 △경희대학원 치의학 석·박사 △인제대학원 보건학 박사 △17~19대 국회의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AI 대책 특별위원장 △국회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발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