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탈레반 공습 예상보다 빨랐다…아프간 지도부 무책임"(종합)

김정남 기자I 2021.08.17 07:34:06

바이든 대통령, 아프간 사태 이후 첫 연설
"미군 철군 후회 없다…더는 희생 안 된다"
"아프간 철군 좋은 시기 없다는 점 깨달아"
"결정 기로에 서 있었다…모든 비판 감수"
"아프간 지도자, 포기 후 해외 도피" 비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장악한 것과 관련해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군 철군 후회 없다…올바른 결정”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열린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정부가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이 희생되면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항복한 이후 이날 첫 연설에 나섰다.

미국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과 대비책 미흡이 아프간의 비극을 불렀다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반박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주둔한 미국의 임무는 국가 건설이 아닌 테러 대응이었다”며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 머물면서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군을 두고) 내 결정이 비판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 결정을 다음 대통령에게 전가하느니 차라리 내가 모든 비판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안에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트럼프 정부 당시의) 이전 협상안을 고수할지, ‘세 번째 10년’ 전쟁을 위해 수천명의 미군을 더 아프간에 보낼지에 대한 기로에 서 있었다”고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좋은 시기가 결코 없었다는 사실을 20년 만에 어렵게 깨달았다”며 “미국을 위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했다.

아프간전은 올해로 꼭 20년을 맞는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테러조직 알 카에다 소탕을 명분으로 아프간을 공습하면서부터다. 미국이 치른 전쟁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또다른 10년 전쟁을 위해 미군을 희생할 수는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이번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철군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을 일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프간 지도자들, 해외 도피” 비판

바이든 대통령은 또 탈레반의 전광석화 같은 아프간 장악에 대한 오판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책임은 아프간 정부 수뇌부에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의 공습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진행됐다”며 판단 착오를 인정하면서도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은 (나라를 지키는 걸) 포기하고 해외로 도피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프간군은 때로는 싸우려 하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수도 카불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돈으로 가득한 차량 4대와 함께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돈을 (탈출하기 위한) 헬기에 실으려고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않아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아프간 정부 지도자들의 무능과 부패 탓에 아프간 정부군은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사기가 꺾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아프간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을 향해 “미국의 아프간 철수 작전이 방해 없이 진행되도록 하지 않으면 신속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가를 위해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렀다가, 아프간 사태가 터지자 대국민 연설을 위해 급히 백악관에 복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이후 다시 별장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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