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대 최임위는 지난 5월 17일 신규위원 위촉식 및 2018년 4차 전원회의(11대 최임위의 첫 전원회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 당시부터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나 껑충 뛰면서 산업현장에서 휴게시간이나 산입범위 임의 확대 등 꼼수가 판을 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문제를 10대 최임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공은 국회로 넘어갔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산입범위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었다.
4차 전원회의에서 이성경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는 새로 출범한 최임위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백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산업현장에서 휴게시간 및 산입범위 임의확대 등의 꼼수로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은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대노총은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결정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측은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인상으로 산업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저임금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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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1대 최임위 출범 열흘이 지난 5월 28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노동계의 반발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즉각 최임위를 포함한 일체의 사회적대화기구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근로자위원 전체가 최임위 불참을 선언하면서 11대 최임위는 출범 10여일만에 파행을 겪었다.
공익위원들은 5월 30일과 6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최저임금 심의 파행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근로자위원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노동계의 최임위 불참 선언 이후 한 달 후인 지난달 27일 한국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최임위를 포함한 사회적대화 복귀를 결정했다. 최저임금 법정시한(6월28일)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결국 노동계의 최임위 불참으로 법정시한을 넘기고 지난 3일 9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당시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4명)이 복귀하지 못해서 안타깝다”면서도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의 복귀로 노·사·공익 등 3대 주체가 모두 참여하게 돼 기쁘다. 심의가 늦어진만큼 속도를 내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너도 불참? 나도 불참”…경영계 업종별 차등적용 무산에 반발
이후 일주일에 2~3차례씩 전원회의를 열면서 속도를 내던 최임위는 9차 전원회의 개최 후 불과 일주일만에 제동이 걸렸다.
4일 열린 10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측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검토하자고 요청한 내용이 단초가 됐다. 최임위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자리지만 임금지급주체인 영세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상황을 헤아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반대했고 이 안건은 10일 열린 12차 전원회의에서 표결에 부쳤다. 이 안건은 찬성 9표, 반대 14표로 부결됐다. 공익위원 9명 모두 반대입장을 나타낸 셈이다.
공익위원의 일방적인 결정에 불만을 품은 사용자위원은 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최임위 불참을 선언했다. 최임위는 사용자위원의 최임위 복귀를 마지막까지 기대했지만 사용자위원측은 13일 오후 10시께 올해 최임위에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전하면서 사상 최초로 사용자위원측이 없는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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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올해 대폭 인상되면서 고용지표 악화 등 부작용 등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인상효과가 현저하게 줄면서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서 최저임금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왔다. 심지어 현 정부의 경제수장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저임금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을 수차례 언급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용자위원의 불참으로 공익위원의 역할 비중이 더 커지면선 ‘친정부·친노동계’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우려를 표했다.
류 위원장은 13일 열린 14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언론과 정부관료의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최임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지 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