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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는 색이다 빛도 색이다…미술관에 '색봄'

김자영 기자I 2016.03.08 06:16:00

- 대림미술관 ''컬러 유어 라이프''
층층이 쌓인 다채로운 컬러의자 등
유명디자이너 소품·가구 60여점 전시
- 디뮤지엄 ''9개의 빛 9개의 감성''
설치·조명·영상…9개의 방에 담아
네온 등으로 곰감각적 色세계 초대

세계적인 디자이너 찰스&레이 임즈와 필립 스탁 등이 만든 의자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의 ‘색, 다른 공간 이야기’ 전에서 만날 수 있다(사진=대림미술관).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지나니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도 가볍고 생기가 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드디어 왔다. 봄 하면 단연 ‘초록’이다. 하지만 봄은 겨울의 무채색에서 세상 모든 것이 하나둘 깨어나 본연의 색을 찾아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색바람’이 분 곳은 미술관이다. 색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가 한창이다. 집을 꾸미는 소품·가구부터 공감각적으로 색을 느끼게 하는 설치미술, 다양한 회화작품이 자기만의 색을 뿜어내며 눈을 즐겁게 한다.

◇가구는 색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이 열고 있는 ‘색, 다른 공간 이야기’(컬러 유어 라이프)는 색과 디자인이 일상에서 만나 또 하나의 실용예술을 보여주는 전시다. 최근 인기를 끄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색이란 주제로 만날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상의 색’, 가죽·유리·천 등에 입힌 색, 디자이너가 탄생시키고 응용한 색, 공간에 담은 색 등이다.

‘일상의 색’은 매일 마주치는 나와 내 친구의 얼굴색이 대표적이다. 스페인 작가 안젤리카 다스는 다양한 인종의 얼굴색을 그대로 앵글에 담아 ‘휴마나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세계 곳곳의 사람을 찍어 그들의 피부색과 맞는 페인트 색상을 기록으로 남겼다. ‘휴마나이’에는 검정부터 갈색, 분홍, 베이지 등 다양한 얼굴색이 ‘우리는 하나’라는 듯 웃고 있다.

스페인 작가 안젤리카 다스가 다양한 인종의 얼굴색을 앵글에 담아 완성한 ‘휴마나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의 ‘색, 다른 공간 이야기’ 전에서 만날 수 있다(사진=대림미술관).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가구다. 다채로운 색상의 의자가 층층이 쌓인 전시장에는 인테리어 잡지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 60여점이 들어차 있다. 부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잇는 찰스&레이 임즈의 ‘임즈엘리펀트’라 불리는 코끼리 모양의 플라스틱 의자부터 프랑스 출신 필립 스탁의 투명 플라스틱 의자인 ‘고스트패밀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오랫동안 연구해 만들었다는 덴마크 유명 디자이너 베르너의 팬톤 체어도 독특한 색감으로 시선을 끈다.

각각의 공간은 서로 다른 색으로 콘셉트를 잡아 꾸몄다. 옐로, 레드 등 올해의 컬러 트렌드를 뽑아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는데 대림미술관은 이 작업을 위해 친환경 페인트 브랜드 듀럭스와 협업하기도 했다. 침실·주방·거실 등 화보집에 나올 법한 멋진 공간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놨다.

이밖에도 서로 다른 색과 형태를 사용자가 자유롭게 결합하는 뉴모듈 디자인을 고안한 노르웨이의 듀오 모르텐과 요나스, 보석부터 가구·조명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패턴을 이용해 다양한 디자인 오브제를 만드는 영국의 베단 로라 우드의 인테리어 소품 등도 볼 수 있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다. 02-720-0667.

세계적인 디자이너 찰스&레이 임즈와 필립 스탁 등이 만든 의자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의 ‘색, 다른 공간 이야기’ 전에서 만날 수 있다(사진=대림미술관).


◇조명·움직임·소리가 펼친 9가지 색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뮤지엄의 ‘9개의 빛 9개의 감성’은 빛을 통해 색을 이야기한다. 설치와 조각, 영상, 소리, 디자인 등 다양한 형식이 만나 다른 색을 연출하는 9개의 독립적인 방을 구성했다. 순수한 빛에서 시작해 움직임·소리와 같은 감각적 요소와 결합해 좀더 다차원적이며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색의 세계로 관람객을 인도한다.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리스 윈 에번스는 ‘네온 폼’이란 작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몸을 네온으로 선을 그리듯 표현했다. 규칙성 없이 복잡하게 얽힌 네온은 운동에너지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조명디자이너인 플린 탤벗의 ‘프라이머리’는 산처럼 뾰족하게 솟은 조명 오브제로 빛이 합쳐지고 분산하는 것을 표현했다.

호주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어윈 레들은 붉고 얇은 광섬유가 둥글게 둘러싸 빛이 공간을 이루는 설치물 ‘라인 페이드’를 선보였다. 빅토리아앨버트뮤지엄 등과 협업해 이름을 알린 폴 세지는 ‘바로스크’란 작품에서 손바닥 크기의 LED 패널 수십장을 천장에 연이어 달아 종이조각이 바람에 따라 날리는 듯한 모습을 재현했다. 전시는 5월 8일까지다. 02-796-8166.

러시아 예술가집단 툰드라의 ‘마이웨일’(사진=디뮤지엄).
어윈 레들의 ‘라인 페이드’(사진=디뮤지엄).


◇아이들에게 ‘색’이란

앞선 두 전시가 어른을 위한 ‘색’ 전시라면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할 ‘색’ 전시도 열리고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경기도미술관이 오는 8월 28일까지 교육용 전시로 여는 ‘컬러풀’(Color Pool)이다. 이불, 이기일, 노상균, 김기린, 박형근, 윤정미 등 작가 31명이 회화·설치 등 40여점을 7가지 색으로 구분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본능적으로 엄마 뱃속에서부터 경험하는 분홍에서부터 남자아이들 장난감의 키컬러이자 하늘과 바다로 끝없이 펼쳐지는 파랑,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초록 등 다양한 색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과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전시다.

아이들을 위한 전시인 만큼 연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색의 느낌에 대해 알아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의 색을 상상하고 그려보는 ‘색색 무슨 색’, 여러 색이 가진 상징적 의미와 감정을 살펴보고 친구의 색을 찾아보는 ‘내친소: 내 친구의 컬러를 소개합니다’ 등을 준비했다. 다채로운 색깔의 페인트를 사용해 투명우산에 그림을 그리는 체험활동도 있다. 031-481-7000.

윤정미의 ‘블루 프로젝트: 콜과 콜의 파란색 물건들’(사진=경기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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