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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올해 문화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수상, 미술 변방이었던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개정 도서정가제의 실험도 주목할 뉴스였다. ‘문화가 있는 날’의 본격 시행은 국민과 문화와의 거리를 좁혔다. 반면 국립현대미술관 압수수색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진흙탕 싸움은 우리 문화계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두 도시 이야기’의 공연 취소 사태는 뮤지컬계의 고질적 관행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희망과 동시에 떠오른 과제는 노란고무로 만든 대형 오리인형 ‘러버덕’이 몰고 왔다. 공공미술의 중요성에 관한 화두였다. 요우커 600만명을 포함, 외국인 관광객 1400만명 시대도 관광대국을 이룬 성과와 함께 숙제를 던졌다.
▲‘노란오리’ 러버덕 프로젝트
도심 호수에 뜬 가짜 오리 한 마리가 한국사회에 웃음과 행복을 전파했다.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 한 달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는 약 480만명의 시민이 몰렸다. 네덜란드 출신 설치미술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먼이 호수 수면 위에 띄어놓은 러버덕을 보기 위해서였다.
러버덕은 노란 고무로 만든 대형 오리인형으로 2007년 호프만이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시켰다. 이후 러버덕은 프랑스 생나제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일본 오사카, 호주 시드니, 브라질 상파울루, 홍콩 등 전 세계 16개국에서 전시되며 가는 곳마다 갖가지 화제를 만들어냈다.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귀여운 표정의 러버덕은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친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동심과 여유를 선사했다.
한국에서도 러버덕 전시기간 각종 SNS를 통해 노란 오리 신드롬이 일었다. 전시를 위해 방한한 호프먼은 “예술은 콧대가 높고 똑똑한 사람만 한다고 생각해 일반인이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그런 예술에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공미술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우리 미술계에 던져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