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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몸에 한국산 두뇌?…로봇 주도권은 누가 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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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빈 기자I 2026.11.09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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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몸체에 AI만 탑재하면 기술·사업 주도권 뺏길 우려
AI·하드웨어 함께 이해하는 ‘다빈치형 엔지니어’ 필요
현장 경험을 설계에 반영하는 ‘로보틱스 플라이휠’ 강조
“모든 부품 국산화보다 핵심 기술 확보·사업화가 중요”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을 한국 기업이 개발하고 몸체는 중국 기업이 공급한다면, 제품과 사업의 주도권은 누가 쥐게 될까. 조규진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장 겸 기계공학부 교수는 AI 기술뿐 아니라 몸체를 설계하고 개선해 시장에 내놓는 역량까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을 움직이는 AI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몸체를 만들어 어떤 문제를 풀지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 개소식 (사진=서울대학교)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 개소식 (사진=서울대학교)
조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축적해 온 제조업 역량을 로봇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해결할 문제를 찾고, 그에 맞는 로봇을 제작해 사용하면서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 현장의 경험을 다음 제품 개발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로봇이 실제로 쓰이는 곳에서 문제를 찾아야 제품의 쓰임과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이를 ‘로보틱스 플라이휠’이라고 표현했다. 플라이휠은 회전력을 유지하는 관성 바퀴로, 로봇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한 뒤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뜻한다. 그는 “데이터센터와 GPU만 있다고 해서 과연 이 관성 바퀴가 돌아가느냐”고 반문했다. AI 모델과 연산 자원뿐 아니라 로봇을 직접 만들고 시험할 역량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선순환을 이끌 인재로는 ‘다빈치형 엔지니어’를 꼽았다. AI와 하드웨어의 성능과 한계를 함께 이해하고, 해결할 문제에 맞춰 기술을 골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모든 부품과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서로 다른 기술을 적절히 결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AI의 쓰임도 로봇의 두뇌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제어 코드 작성이나 몸체 설계에 AI를 활용하면 새 로봇을 더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설계를 빠르게 하는 것과 현장에서 쓸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 제작과 시험을 거쳐 예상과 다른 동작이나 한계를 찾아내고 개선해야 한다.

특히 중국산 로봇 몸체에 국내 AI를 얹는 방식은 경계했다. 몸체 공급 기업이 운용 데이터까지 확보하면 주도권이 공급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이 현장에서 움직이는 동안 필요한 성능과 개선점에 관한 정보가 쌓인다. 데이터를 누가 확보해 다음 설계에 반영하느냐가 제품 경쟁력은 물론 사업의 주도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부품을 모두 국산화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조 교수는 애플의 사례를 들었다.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설계와 공정 관리 등을 주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생산지가 어디인가보다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며 사업을 이끄는 주체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해외 부품을 사용하면서도 전체 솔루션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품 조달의 국적과 제품의 주도권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전략도 가능하다. 전체 제품을 주도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업들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로봇 기업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공급하며 산업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맡는 것이다. 완제품을 주도하든 핵심 기술을 공급하든 중요한 것은 개발 성과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능력이다.

그는 “모든 부품을 다 직접 만들 필요는 없지만 이 플라이휠을 돌리는 게 중요하다”며 “그 결과물을 우리가 만들어서 우리가 수익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기술 제공자에 머물지 않고 로봇산업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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