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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관심사인데…테네시 통합제련소, 한국 내 분쟁에 발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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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I 2026.09.14 04: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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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2년]
테네시제련소, 첨단·방위사업 핵심소재 생산
양측 분쟁 美 번지며 신주발행 무효 등 소송
현지 투자·사업 추진 과정 등 불확실성 커져
핵심광물 공급 등 자원안보 사업 확대에 변수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지난 2년간 치열하게 맞붙어온 경영권 분쟁이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 현장까지 번졌다. 2024년 9월 영풍 측의 공개매수로 시작됐던 싸움이 이제는 미국 무대로 확대되며 통합제련소 프로젝트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원순환, 이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이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자원안보 기업으로 거듭나는 고려아연의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 지정한 11개 핵심광물 생산…전략산업 핵심 소재

고라여안 온산제련소에 아연 제품이 쌓여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고라여안 온산제련소에 아연 제품이 쌓여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미국 테네시주에 추진 중인 대규모 통합제련소(프로젝트 크루서블)에서는 아연과 연, 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부터 금과 은,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팔라듐·갈륨·게르마늄 등 핵심광물, 반도체용 황산까지 총 13개 품목을 생산한다. 이 중 11개 품목은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에 속한다.

미국은 현재 자국 내 핵심광물 제련·정제 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핵심광물을 채굴한 뒤 이를 실제 첨단·방위산업에 쓰이는 소재로 가공할 수 있는 능력까지 확보해야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축적한 핵심광물 제련·정제 역량을 미국 현지에서 구현할 계획이다. 기존 비철금속 사업을 넘어 반도체와 방산, 첨단 제조업의 전략소재 공급자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안티모니와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갈륨, 게르마늄 등은 방산과 반도체, 태양광, 항공우주산업, 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전통적인 비철금속 제련기업에서 각종 희소금속과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종합 소재기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외형과 실적을 키워왔다. 지난해에는 매출 16조5879억원, 영업이익 1조231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성과를 거뒀다. 기초금속 시장의 업황 악화를 겪는 상황에도 44년 연속 연간 영업이익 흑자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12조4446억원, 영업이익 1조3332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美 핵심광물 공급망 프로젝트 새 전장으로

불과 2년 전 고려아연 분쟁의 핵심은 ‘누가 회사를 차지하느냐’에 집중됐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시장까지 사업 영토를 넓힌 상황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프로젝트가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핵심광물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성장의 가장 큰 변수가 내부 싸움이 된 셈이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발표 단계부터 양측 갈등의 새로운 쟁점이 됐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이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결정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현 경영진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과 투자 구조,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영풍 측은 프로젝트 자금조달을 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다만 신주발행 무효를 확인해달라는 본안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인 만큼 법적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앞줄 가운데)이 미국 현지 직원들과 함께 제련소 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앞줄 가운데)이 미국 현지 직원들과 함께 제련소 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최근에는 경영권 분쟁의 전선이 실제 미국 현지로 확대됐다. 영풍 측은 지난 7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현지 인사들을 초청해 리셉션을 연 자리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자사의 기술과 인력 지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려아연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행사에서 미국 현지 프로젝트의 명칭과 표지가 사용되고 테네시주 명칭을 결합한 인터넷 도메인이 등록된 것을 문제 삼아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이처럼 사업 주체와 경영권 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 추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년간 고려아연과 영풍 측이 법원과 주주총회, 이사회를 오가며 다투면서 경영권 분쟁 관련해 제기한 소송만 30여건에 이른다.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 결의 취소 청구와 같은 주총 관련 소송부터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관련 소송, 한화 주식 처분을 둘러싼 주주대표소송까지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면서 단순한 지분 경쟁을 넘어 장기적인 투자 의사결정과 사업 연속성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크루서블 역시 단기간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미국 현지에서 인허가와 건설, 생산체계 구축까지 장기간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구성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반복될 경우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핵심광물과 경제안보가 결합된 프로젝트는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가 장기간 협력해야 하는 사업인데 경영권 분쟁이 현지 대외 활동으로까지 확장하면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더 이상 투자와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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