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재계에 노동계의 ‘하투(夏鬪)’ 전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3고(고물가·고환율·고유가)에 글로벌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한 상황에 하투 리스크까지 겹친다면 국내 기업들은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업체와 소비자의 고통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는 만큼 경기침체를 더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서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대체근로 허용·직장점거 금지 등을 속히 도입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는 한편 투자·일자리를 늘리는 묘수를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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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전례로 본다면 하투의 결과물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2016년 현대차 노조의 24일간 전면 및 부분파업은 14만2000대의 완성차 생산 차질을 빚었고 총 3조1000억원대의 피해를 남겼다. 만약 현대차 노조 파업이 2017년 이후 4년 만에 재개된다면 안 그래도 1년 이상 걸리는 인기 차종의 차량 출고 지연 기간은 기약 없이 길어질 수 있다. 2019년 르노삼성(현 르노코리아) 노조의 ‘312시간 파업’으로 한때 매출액 200억대를 자랑하던 건실한 협력업체 1곳이 폐업한 사례도 대표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5년 만에 재정적자·경상적자 등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무역수지 악화로 경상수지 또한 연간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노동계는 집안에 난리가 났는데 마치 사탕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애와 같은 행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과거 1997년 외환위기도 노동계의 과도한 투쟁으로 발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 결과 대외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이 무너졌다”고 했다. 이어 “어려운 때일수록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며 “인플레 등으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모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