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과 잘 어울리는 유쾌한 뮤지컬이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창작뮤지컬 ‘차미’다. 2016년 우란문화재단을 통해 개발을 시작한 작품으로 두 번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약 4년 만에 정식 초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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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을 소재로 연애와 취업 등 20대 청춘들의 고민을 무대 위에 펼친다. 주인공은 평범한 ‘취준생’ 차미호. ‘완벽한 기성품’을 바라는 세상 앞에서 자신은 세상과 맞지 않는 퍼즐이라 여기는 소심한 캐릭터다. 그런 차미호 앞에 자신이 만든 인스타그램 속 또 다른 자아인 차미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차미’의 주요한 스토리다.
현실보다 조금은 과장되게 포장하기 마련인 소셜미디어의 속성을 유쾌하게 포착해 웃음을 자아낸다. 차미호와 차미의 관계 변화가 그렇다. 차미의 등장으로 당황한 차미호는 이내 자신이 해내지 못한 연애와 취업 모두를 이뤄낸 차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이미지가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지워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차미호와 갈등을 빚는다.
여기에 차미호가 짝사랑하는 선배 오진혁, 그리고 차미호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정작 차미호 본인은 알지 못하는 ‘남사친’ 김고대가 등장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단 4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뮤지컬이지만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다 보니 작품이 비어 있다는 느낌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조민형 작가와 최슬기 작곡가가 만든 톡톡 튀는 가사와 흥겨운 음악도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더 발랄하게 만든다.
다른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엉뚱한 요소들도 ‘차미’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솔로 넘버를 부르는 차미호가 갑자기 조명이 꺼지자 무대감독을 찾는가 하면, 오진혁과 김고대는 뜬금없는 ‘랩 대결’을 펼쳐 관객을 웃긴다. 판소리계 소설 ‘옹고집전’,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 등 고전에 대한 적절한 인용도 인상적이다. 작품이 전하는 “세상은 퍼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퍼즐을 그려나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도 뻔하지만 울림이 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키다리 아저씨’ 등에 참여한 박소영 연출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유주혜·함연지·이아진이 차미호 역, 이봄소리·정우연·이가은이 차미 역으로 출연한다. 최성원·안지환·황순종은 김고대 역, 문성일·서경수·강영석·이무현은 오진혁 역으로 함께 한다. 공연은 오는 7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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