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국민 투표로 아이돌그룹을 선발하는 TV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의 문자 투표 조작 의혹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이 지난달 31일 제작사 CJ ENM(035760)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일부 팬들은 검찰 고발에 나섰다. 지난달 19일 종영한 이 프로그램은 방영 내내 PD의 선택을 받아 특혜를 누리는 연습생이 있다는 이른바 `PD 픽` 의혹을 받았다. 결국 데뷔조를 결정하는 마지막 생방송 투표에서 1위부터 20위까지 연습생들의 문자 득표수 차이가 일정하게 반복되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달 22일 서울남부지검은 KT(030200)가 지난 2012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국회의원 직무와 관련해 부정채용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김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국회의원이 직접 KT 사장에게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소위 `아빠 픽` 의혹이다. 최근 관련 공판에서는 당시 KT 인사기획팀 실무자가 출석해 “딸 김모씨는 지원기간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지도 않았고 뒤늦게 낸 지원서에도 어학 점수 등을 공란으로 남겼다”고 증언했다.
스타를 꿈꾸는 연습생들에게 `프로듀스X101`은 단연 꿈의 직장이다. 이미 데뷔한 적이 있는 이들도 `프듀 연습생`이 되길 자처할 정도로 연예계 최고 선망의 직장인 셈이다. 국내 최대 통신기업 KT 역시 취준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신의 직장 가운데 하나다. 민영화된 지 오래지만 안정적이며 다니기 좋은 직장이라는 평판을 받는다.
`PD 픽`, `아빠 픽` 의혹을 바라보는 취준생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이미 올해만도 유명 공기업과 금융기관의 대규모 채용비리 의혹을 지켜봤던 터다. 올해 대졸 실업자수가 2년 만에 60만명을 다시 넘어섰고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비경제활동 인구는 380만명을 넘었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절반이 넘는 51.7%가 `불공정한 채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 않고 미리 짜여진 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게 취준생들의 솔직한 현실 인식이다.
수사·사법당국은 이 두 건을 단순 취업비리로 보면 안 된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과정의 공정성 부족을 철저히 바로잡는 계기로 접근해야 한다. 어딘가에서 영문도 모른채 채용 전형에 탈락한 뒤 `내가 부족한 탓`을 하고 있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수많은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