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병 음료의 상징이었던 소주와 사이다가 투명 용기에 담기고 있다. 투명한 소주병은 무색 병으로 유통되던 예전 기억에 대한 향수 때문에, 투명한 사이다 페트병은 규제에 따른 결과물로 나왔다. 현재까지 둘 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17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소주 상품 ‘진로’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 이후 초도물량이 완판 됐다. 올해 판매 목표치를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일부 유통 채널과 식당가에서는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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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소주 바람에 불일 지핀 브랜드는 또 있다. ‘한라산 소주’다. 제주도 특산 제품이지만 최근 도수를 낮춰 수도권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제주 소주 특유의 깔끔한 이미지가 투명한 병에 잘 나타났다는 게 업계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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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소주병은 투명한 병이 대부분이었다. 푸른 빛깔이 나는 투명 병의 진로소주가 대표적이었다. 1990년대 두산의 ‘그린소주’가 전국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각 회사별로 녹색 병을 출시하면서 투명 병 소주 수는 줄었다. 공병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소주병과 규격, 색깔을 통일하면서 ‘소주=녹색병’ 이미지는 더 강해졌다.
녹색 병 음료의 상징이었던 사이다에도 투명화 바람이 불고 있다. 수십 년간 내려온 녹색 이미지가 퇴색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환경보호’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이유에서 색깔을 뺐다. 녹색과 갈색 등 유색 페트병이 투명 페트병보다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퇴출 방침을 굳혔기 때문이다. 실제 갈색 맥주 페트병은 조만간 시장에서 사라질 예정이다.
정부 방침에 가장 먼저 발맞춘 곳은 한국코카콜라다. 한국코카콜라는 자사 사이다 브랜드 ‘스프라이트’의 페트 용기를 전면적으로 투명 용기로 바꿨다. 대신 라벨에 녹색을 넣어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투명 패키지는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제품으로 인기가 높다”면서 “친환경 라이프를 추구하는 소비자 증가에 따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코카콜라는 탄산수 ‘씨그램’과 ‘스프라이트 시원한 배향’에도 무색 패키지를 올해 안에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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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구강청결제=파란색’, ‘기름병=갈색’이란 상식도 파괴되고 있다. 청량감을 강조하는 사이다와 소주와 달리 이들 제품은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동아제약은 어린이용 ‘가그린’ 출시 10주년을 맞아 투명제품을 선보였다. 타르 색소 없는 안전한 제품이란 점을 돋보이게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12월 ‘순백 참기름’과 ‘순백 들기름’을 투명 병에 담아 출시했다. 소비자가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어 ‘안전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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