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암치료제 전문기업 메드팩토의 김성진 대표는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바이오산업도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원천기술로 무장한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해야만 미래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미래에 뜰 원천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회사의 역량을 집중, 신시장을 창출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대표는 국내는 물론 세계 바이오업계에서 암치료제 분야 세계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IH) 종신수석연구원, 가천대 암당뇨연구원장, 차의과대 암연구소장, 대한암예방학회 회장,호암상 의학상 수상, 일본암학회 국제상 수상. 그의 주요 이력이다.
“각 분야에서 검증된 최고의 외부 권위자를 영입해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대표적 업체가 글로벌 제약사 머크다. 머크의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은 외부 전문가들이 전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매년 외부 전문가 3~4명을 엄선해 신약 연구에 대한 모든 재량권을 맡긴다.”
김대표는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머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는 영입하려는 외부 전문가에게 신약개발에 대한 파격적 대우와 성과공유를 할수 있는 여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국립암연구소 종신수석연구원은 평생 보장된 자리다. 내가 이 자리를 그만둘때 동료중엔 92세 종신연구원도 있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미국으로 건너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다고 제안을 해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
이 총장에게 사실상 백지수표를 제안받고 그가 귀국해 맡은 첫 직책은 가천대 암당뇨연구원장이다. 김대표는 “ 30년간 암치료제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내 바이오업계 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할수 있겠다는 자부심이 귀국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그가 세계적 암치료제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 배경에는 뛰어난 연구성과가 자리한다. 김대표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에서는 5번째로 게놈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세계 최초로 암세포에서 TGF-β(형질전환증식인자)수용체 유전자의 결손과 돌연변이를 밝혀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TGF-β의 항 염증 기전을 규명하기도 했다.
TGF-β는 상피세포나 면역세세포 등의 증식을 억제하는 대표적 세포성장 조절인자다. 정상세포에게는 암 억제기능을 하는 수호천사이지만 암세포의 경우 이 기능이 작동이 안되면서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성장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촉진제로 역할한다.
암세포는 TGF-β를 대량으로 분비해 암세포 주변의 정상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뿐 아니라 주변 면역세포의 활성을 무력화시켜 암의 전이를 유발시킨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환될 때 TGF-β가 암세포에는 제구실을 못한다는 기전을 처음으로 밝힌 것도 그였다.
암치료에 쓰이는 표적, 화학, 면역, 방사선, 면역세포 치료제등이 암세포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도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TGF-β가 암주변에 섬유질 벽을 만들어 이들 치료제가 암에 접근을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백토서팁은 TGF-β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물질로 TGF-β가 암 주변환경에 작용을 못하게 해 암치료제가 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개념의 암치료제다. 백토서팁은 모든 암 치료제와 병용치료제로 쓰일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병용투여 임상시험 1순위 후보로 꼽는다. 실제 이 회사의 백토서팁과 현재 병용투여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비소세포폐암), MSD(위암, 대장암)등이 꼽힌다.
“바이오벤처가 성공하려면 기술과 자본, 메니지먼트 3박자가 들어맞아야 된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대부분 기술은 있지만 자본이 열악하고 메니지먼트 분야에서는 낙제점이다.”
김대표는 과학자 출신이 주로 바이오벤처를 창업하는데 이들은 무엇보다 메니지먼트 전문성이 떨어져 회사성공에 가장 큰 장애요소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투자유치는 물론 메니지먼트를 원활하게 아웃소싱할수 있는 바이오벤처 생태계가 구축돼야 바이오벤처들이 속속 성공신화를 쓸수 있을 것이라는게 그의 판단이다.
“중국의 바이오산업의 성장세가 무섭다. 우리는 제대로 된 면역항암제 하나 개발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이미 면역항암제를 200개 이상 개발했다.”
그는 최근 한국 바이오산업이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걷고 있는 동안 중국은 날고 있다”는 말로 그 격차를 표현했다. 이어 그는 “중국 약품감독관리국(중국 식약처,NMPA)이 10년 전까지도 한국 식약처를 배우겠다고 자주 찾아왔지만 이제는 발길을 뚝 끊었다”며 “중국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시스템이 한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선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되지 않은 연구개발 지원금을 가급적 많은 유망 바이오벤처에게 쪼개주는 현재 정부정책으로는 한국이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들에게 정부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바이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김대표는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각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나라 안팎에서 영입, 1명당 수백억원씩 정부 연구비를 파격지원하고 있는 이웃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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