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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즐기고 싶었습니다. KTX 타고 내려가 경기도 보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오려구요”
‘2018평창동계올림픽’ 흥행 열기가 뜨겁다.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즐기려는 이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번 설 연휴를 이용해 올림픽 경기를 보고 온 가족들도 적지 않다. 19일 강원도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15~18일 나흘간 ‘2018평창문화올림픽’ 관람객이 18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올림픽 개최도시인 강릉·평창·정선에서 열린 각종 프로그램 입장권 판매와 행사장 방문객 수를 합산한 것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KTX 경강선과 새로 뚫린 고속도로 덕분에 왕복도 그리 어렵지 않아 방문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강원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은 서울과 강원도를 잇는 대동맥 ‘올림픽로드’다. 올림픽로드는 서울~양양고속도로, 광주~원주 제2영동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서울~강릉을 1시간 42분 만에 주파하는 경강선 등 모두 4개 축이다. 강원도와 수도권을 격자 형태로 촘촘하게 연결한 네 갈래의 대동맥은 수도권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 그리고 강원도 내 주요 도시와 관광지 접근성을 한결 빠르고 수월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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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 생활권으로 바뀐 ‘강원도’
올림픽로드 완성의 화룡점정은 경강선 KTX 개통이다. 지난 2012년 6월 착공해 5년 6개월 만에 개통했다. 여기에는 3조7614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기대효과는 사업비의 2배가 넘는 8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서울~강릉 간 소요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그동안 서울 청량리역에서 강릉까지는 5시간 47분(무궁화호 기준)이 걸렸다. KTX 경강선을 이용하면 1시간 42분이면 가능하다. 서울~강릉 구간에 있는 5개 역을 모두 거쳐도 1시간 58분이면 충분하다. 올림픽 기간에는 인천공항역에서 강릉역까지 2시간 12분이면 도착한다. 서울~강릉 간을 왕복하고도 시간이 남는 반나절 생활권이 열린 셈이다. 승용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해 고속도로 등 육로로 이동 시 우려되는 지·정체 불편도 없다. 하루평균 이용객은 평시 1만8655명, 올림픽 기간 3만 명, 경기장 관람 피크 시에는 3만8391명까지 가능하다. 많은 사람과 물류를 싸고 빠르게 운송할 수 있는 경강선 개통을 철도 혁명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 경강선 개통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50만 명이, 이달 13일까지 54일간 총 80만 2000여 명이 이용했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올림픽로드의 한 축인 서울~양양고속도로도 지난해 6월 30일 개통했다. 한반도의 동과 서를 최북단 최단 거리로 연결한 이 고속도로는 인천공항에서 양양까지 2시간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통행량이 비교적 적은 평일에는 수도권에서 퇴근 후 동해안 횟집을 찾거나, 동해안 일출 감상 후 수도권으로 출근하는 일상도 가능해졌다. 지난해 11월 개통한 제2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 고속도로)는 서울∼원주까지 소요시간을 기존 77분에서 54분으로, 23분 단축했다. 체증이 없을 때는 평창까지 1시간 30분 이내에 도착도 가능하다. 고질적인 정체로 동맥경화를 앓아온 영동고속도로의 교통량을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서울∼평창∼강릉을 잇는 최단 구간인 영동고속도로는 2년여간의 공사 끝에 새로 정비했다. 이 기간 980㎞에 달하는 구간의 포장을 덧씌우는 등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갈아입었다. 2024년 동서고속화철도까지 완공되면 강원도와 수도권이 도로와 철도로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이어진다. 여기에 한국과 러시아, 일본을 연결하는 환동해권 크루즈산업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속초항에 국제크루즈터미널이 준공됐고, 2020년까지 동해안 일대에 지속해서 확충될 예정이다. 크루즈터미널에는 국제공항 수준의 서비스를 갖춘 입·출국장과 편의시설, 면세점 등도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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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늘고, 기업투자도 늘리고
이같은 변화는 강원의 지역 경제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강원도가 수도권에서 1시간대 생활권으로 묶이면서 강원도 내 국내·외 관광객 증가는 물론 기업투자에서 부동산 거래까지 다른 산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강원 지역의 숙박업체와 쇼핑업체 등 일부 산업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수도권 거주 내국인뿐만 외국인까지 서울에 숙소를 잡고 KTX를 이용해 평창과 강릉 경기를 보고 돌아오는 당일치기 관람객이 꽤 많다. 한때 수십만원을 넘어섰던 평창과 강릉의 비싼 숙소를 고려하면 서울역이나 청량리역 인근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KTX로 왕복하는 게 더 경제적이어서다. 또 강원 지역에 사는 이들이 서울로 역(亦)쇼핑에 나서는 사례도 나타났다.
가장 눈에 꼽는 변화 중 하나는 관광객 증가다. KTX 경강선의 종착지이자 강원도의 대표 관광지인 강릉은 늘어난 관광객으로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 강릉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오죽헌은 지난 1월 한 달간 총 7만 8901명이 다녀갔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55.24% 늘어난 수치다. 경강선 KTX 개통 전 두 달간은 하루 평균 2050명이 방문했으나, 개통 후부터는 하루 평균 3200여 명이 찾고 있다. 여기에 참소리박물관은 60.5%(1만 1890명), 경포아쿠아리움은 97%(1만 5000명), 허균허난설현기념관은 64%((1만3111명) 증가했다.
지역 교통수단별 이용량의 변화도 생겼다. 시내버스는 이용객은 KTX 개통 한 달 전보다 6.3%, 택시의 가스소비량은 12.3% 늘었으며 렌터카 이용객도 20% 증가했다. 반면 애초 예상했던 대로 KTX와 상충하는 교통수단인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이용객은 29.2%, 3.5% 각각 줄었다. 전통시장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KTX 개통 이후 가족 단위와 청년층 관광객이 늘어나며 방문객이 30%, 매출은 20% 각각 증가했다. 닭강정과 떡갈비, 호떡 등 인기품목과 지하어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강릉은 동해안권 교통거점의 중심이자 지역경제 핵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기업들의 투자도 강원도로 몰리고 있다. 원주는 지난해 한 해 지역 내 18개 기업을 유치했고, 1000여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또 강릉에서는 지난 1월에는 강릉시와 세라테크, 나노아이오닉스코리아가 신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라테크는 총 53억 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고, 35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또 나노아이오닉스코리아는 57억원을 투자하고, 31명을 직원을 고용하기로 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올림픽로드의 완성으로 강원도 내 고질적인 교통 불편을 해소하는 등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단순히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 강원도가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족한 점은 철저히 대비해 노선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