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베스트셀러 점령' 1인 출판 성공 이유는?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용운 기자I 2017.03.28 05:00:12

'언어의 온도' '자존감 수업' 등 1인 출판사 서적 인기
대형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 차지하며 '눈길'
전문성과 유연함 강점, 제작 과정에서 '다운사이징' 가능
출판사 경력 없이 창업 어려워
향후 '출판 문화'로 자리잡는 게 관건

최근 교보문고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인 출판사가 낸 책이 상위권에 오르며 출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광화문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코너(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지난 3월 셋째 주 교보문고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이른바 ‘역주행’ 현상이 벌어졌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말글터)와 정신과 의사인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심플라이프)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해서다.

‘언어의 온도’와 ‘자존감 수업’은 지난해 하반기 출판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해가 바뀐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다. ‘언어의 온도’는 약 10만부가 팔렸고 ‘자존감 수업’은 약 25만부 가량 나갔다. 출판계가 주목 하는 지점은 베스트셀러 역주행보다 ‘언어의 온도’와 ‘자존감 수업’을 낸 출판사가 1인 출판사라는 데 있다. 출판계의 다수를 차지했지만 영향력 측면에서는 비주류였던 1인 출판사가 대형출판사들과 경쟁에서 어느덧 대등한 위치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분류에 따르면 1인 출판사는 직원 4명 이하 규모로 대개 출판사 대표가 직접 기획, 필자 섭외, 원고 청탁, 편집, 디자인, 제본, 배본 및 유통과 홍보 등 출판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출판사를 의미한다. 2000년대 이후 독서율 감소와 인터넷,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출판산업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출판계에서는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일종의 출판계 ‘스타트업’인 셈이다.

이들은 기존의 소규모 영세 출판사와 달리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기초로 해 한발 앞선 기획과 감각적인 편집, 독자들과의 직접 소통 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서서히 다져갔다. 2016년 연초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를 휩쓸었던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을 낸 소와다리 출판사도 대표적인 1인 출판사이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유연성 앞서

1인 출판사의 성공 비결은 크게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유연성을 꼽는다. 자신이 운영하는 1인 출판사인 ‘말글터’를 통해 ‘언어의 온도’를 낸 이기주 작가는 “출판의 모든 프로세스를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대형출판사에 비해 1인 출판사는 여러모로 제약과 한계가 많다”며 “그럼에도 1인 출판사는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출판 진행과정에서 홍보 등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 입장에서도 1인 출판사가 가지는 장점이 있다. 음식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하는 1인 출판사 따비를 통해 ‘대한민국 치킨전’을 낸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씨는 “1인 출판사는 동시에 여러 책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편집자나 출판사가 저자를 위해 온전히 집중해주는 분위기다”며 “또한 땡땡책협동조합처럼 1인 출판사 간의 연대가 끈끈해 상호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따비 출판사의 박성경 대표가 자신의 석사 논문을 본 뒤 직접 연락을 해 단행본 저자로 데뷔했다. ‘대한민국 치킨전’은 별다른 홍보 없이 약 1만부 이상 팔리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도서정가제로 대형출판사 경쟁 토대 마련

도서정가제가 1인 출판사의 성공에 바탕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대형출판사들이 할인을 앞세워 물량공세를 할 수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책 자체의 콘텐츠가 부각이 되었고 이를 통해 대형출판사들의 서적과도 비교적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인 출판사는 의사결정 구조가 간결하기 때문에 트렌드 포착이 빠르고 SNS 등의 소셜미디어의 대처도 신속하다. 또한 독자들과의 직접적인 소통과 필자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출판사 대표가 편집과 디자인, 유통 등을 겸하거나 서로 품앗이도 가능해 이른바 ‘다운사이징’도 유리하다.

그러나 출판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1인 출판사의 전망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이른바 베스트셀러를 내는 1인 출판사는 전체 출판사 중에 극히 소수다. 1인 출판사의 책들이 대형출판사에서 낸 책보다 홍보나 유통에 있어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멋모르고 1인 출판에 뛰어들 경우 가지고 있던 자본금마저 날릴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로 1인 출판사로 성공한 경우 기존의 대형출판사에서 수년간 실무를 익힌 다음 창업한 이들이 대다수다.

△출판사 경력 없이 창업 어려워

소와다리의 김동근 대표도 5년간 중견출판사에서 실무를 익혔고 ‘따비’의 박성경 대표도 유명출판사 영업부장 출신이다. 축구 관련 서적을 주로 내는 1인 출판사 그리조아의 김연한 대표는 “출판업계의 특성상 디자인이나 편집, 인쇄 등을 외주로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창업 자체는 어렵지 않다”며 “그러나 출판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목표보다 내가 좋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에 더 가중치를 두고 일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 또한 40명 규모의 출판사에서 10 여년 간 일하다 독립했다.

‘자존감 수업’을 낸 ‘심플라이프’의 박경란 대표도 창업하기 전에 대형 출판사에서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 서적을 편집했던 경력이 있다. 박 대표는 “이른바 출판 3세대라 불리는 인력들이 현장에 나와 자기 색깔을 내는 콘텐츠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그러나 1인 출판사의 책 몇 권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해서 1인 출판사가 출판계에 주류가 되었다는 시각에는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도 “대다수의 1인 출판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언어의 온도’와 ‘자존감 수업’의 성공은 사실 기적과 같은 일이다” 며 “그럼에도 1인 출판사의 창조적 콘텐츠가 SNS 등 연결성을 토대로 독자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은 맞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생각이 굳어 있는 대형출판사보다 유연한 1인 출판사가 독자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유리하다”며 “1인 출판사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이 앞으로도 일어나겠지만 이를 출판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은 또 개별 출판사의 몫이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