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카톡 잘 돼요?”
중국에 있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최근 안부처럼 묻는 말이다. 지난 3일 전승절을 전후해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인터넷 서비스 차단에 나서면서 한국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마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가장 손쉽게 소통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가로막히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다음카카오 측은 중국 전승절을 전후해 며칠 간 통신사에 따라 카톡이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중국 시장은 평소에도 변수가 많아 특정 이유 때문에 서비스 장애가 일어났다고 단정짓기에는 어렵다는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서비스 장애 문제도 중국 정부가 전승절을 맞아 불필요한 여론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실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단 이번 카카오톡의 사례 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현재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의 서비스도 차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자국 내 테러 조직들이 모바일 메신저로 선동을 일삼고 폭탄을 제조하는 방법을 유포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를 일부 또는 전면 차단했다.
또 최근에는 ‘톈진항 괴담’이 유포되고 공포감을 조성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중국판 트위터와 카톡에 해당되는 웨이보와 웨이신 계정 350개를 완전폐쇄 및 일시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 밖에 정부에 의해 18개 인터넷 사이트가 영구 폐쇄되기도 했다. 중국 인터넷 검열 당국은 올 들어 300개 사이트와 115만개 SNS 계정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이른바 ‘사이버 보안법’을 제정해 인터넷 통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검열을 부인해오던 중국 당국이 아예 인터넷 검열을 법제화해 합법적으로 인터넷 통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의 결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중국에 있는 상당수 외국인들은 VPN(Vertual Private Network)이라 불리는 가상사설망 서비스를 이용해 이들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중국 정부가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열의 주체는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이다. 이들은 사이버 상의 핵심단어를 추적해 수백만개 사이트를 실시간 감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공안부 사이버 요원들이 대형 인터넷 업체에 상주하며 감시활동도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 각국이 가진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인터넷 주권은 각국이 자국의 인터넷 안전을 잘 수호할 때 더 안전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중국이 공산당 지배 하에 사회주의 체제를 표방하는 나라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다만 중국이 해외 기업의 자국 진출을 적극 환영하면서도 중국 땅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검열에 관한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시각은 위험해 보인다. 전세계에서 중국 IT기업이 자유롭게 활발한 비즈니스를 펼치는 것과도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 이에 잭 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미국 IT 기업들의 중국시장 접근을 막는 사이버보안법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유기업 개혁을 비롯해 각종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펼치며 경제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또 최근 증시 폭락 사태를 겪으면서 ‘관치 금융’의 한계를 깨닫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연간 3000조원 규모를 넘어서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IT강국의 인프라를 갖춘 채 시장화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게 ‘인터넷 검열 국가’라는 오명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루빨리 ‘사이버 만리장성’이 걷어져 중국에서도 인터넷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