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효은 기자]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물가 지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추가적인 통화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워시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최근 미국의 물가 흐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연준의 물가 안정 책무 측면에서 관련 지표들이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최근 휘발유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워시 의장은 이를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추세가 충분히 개선됐다는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2% 목표치를 65개월 연속 웃돌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명확하고 충분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다면 연준에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미국의 금융 여건이 경기와 물가를 충분히 억제할 정도로 긴축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워시 의장은 일부 주택과 농업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고 진단했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제가 있다. 워시 의장은 기업의 자본지출이 증가하고 소비지출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기업들의 이익 성장 기대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시장 역시 실업률이 4.1%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워시 의장은 9월 금리 인상을 직접 예고하지는 않았다. 그는 FOMC 참가자 상당수가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7월과 8월 경제지표를 추가로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번 연설을 이전보다 매파적인 통화정책 신호로 받아들였다. 금요일 시장에서 연준이 현행 3.50~3.75%인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약 56%로 반영돼 전날 35%에서 크게 상승했다. 최근까지 시장의 중심 시나리오였던 금리 동결 전망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워시는 이번 연설에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운영 원칙도 제시했다. 개별 경제지표 자체보다 지표의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시차가 있는 과거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 수단과 관련해서는 기준금리 조정을 물가 안정과 고용이라는 연준의 이중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평상시에는 가급적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연준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변화를 예고했다. 워시는 시장에 향후 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거리를 두면서 보다 조용하고 목적이 분명한 연준이 정책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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