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를 시범 운영 중인 지방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A씨가 근무하는 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50명 안팎이며 이 중 늘봄학교 참여 학생은 10명 남짓이다. A씨는 “우리 학교는 운 좋게 늘봄 기간제 강사를 구했다”며 “주위에는 강사 구하기가 어려워 교사들이 직접 수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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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학기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국 학교에선 늘봄 수업을 담당할 기간제 강사를 채용하지 못해 정교사들이 강사로 투입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근무를 꺼리는 도서·산간 지역의 경우 인력 구하기가 더 힘들다. 강사 채용 업무도 학교·교사들에게 떠맡겨져 행정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늘봄학교는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가 결합된 돌봄 서비스로 학교에서 최장 저녁 8시까지 운영된다. 교육부는 당초 2025년부터 늘봄학교를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확대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돌연 올해 2학기부터 전면 도입하겠다며 시행 시점을 약 6개월 앞당겼다. 학부모들의 정책 수요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1학기부터 전국 2000개 초등학교에서 우선 시행한 후 2학기부터는 6100여개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방신혜 경북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교육청으로부터 기간제 교사를 늘봄학교 강사로 채용할 수 있다는 공지를 받았지만 채용 관련 절차는 개별 학교와 교사들이 맡고 있다”며 “시골 분교는 수차례 공고를 거듭해도 채용이 불발돼 결국 정교사들이 늘봄 수업을 한다”고 했다.
실제로 경북 B초등학교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늘봄 강사가 아닌 학교 교사 7명이 맡고 있다. 이 초등학교 교사 B씨는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늘봄학교 수업을 맡아달라고 반강제로 요청했다”고 했다. 경북 C초등학교에서는 여름방학에 진행되는 늘봄학교 드론캠프 강사를 채용하지 못해 교사가 2주 내내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2학기 전면 시행되면 대혼란 올 것”
학생들의 석식 제공까지 선생님들의 몫이다. 지방의 한 초등학교 교사 D씨는 “학교까지 배달하는 식당이 없어 교사들이 출근하며 사 온 김밥으로 아이들 저녁을 챙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E씨는 “도시락 업체를 겨우 구해 계약했는데 학부모로부터 메뉴 구성을 다양하게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대구에서 근무하는 21년 차 초등교사 김모 씨도 “준비 없이 2학기에 늘봄학교가 시행된다면 대혼란이 예상된다”며 “학교에 있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저녁 늦게까지 붙잡아두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 중인 일부 학교에선 별도의 안전관리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다만 선발·비용 부담은 학교 몫이다. 경북의 모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안전 관리를 담당할)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지만 구해지지 않아 학교 예산으로 안전 관리 인력을 뽑았다”고 했다. 경북 다른 초등학교 역시 교사들이 일주일에 2회씩 늘봄학교 안전관리 인력으로 투입되고 있다.
◇찬반 여론 교차 속 맞벌이 가정 “환영”
학부모들 사이에선 늘봄학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서울에서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 최혜정(40)씨는 “맞벌이 가정에서 볼 때 늘봄학교는 좋은 정책”이라며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되기에 부담도 덜 수 있고 학교에서 안전하게 돌봐줄 것이라 생각돼 안심도 된다”고 했다. 반면 대전에 거주하는 한모 씨(40)는 “워킹맘이지만 아이를 늘봄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며 “저녁 8시까지 학교에 머물다 다음 날 아침에 또 등교해야 하는 아이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늘봄학교 관련 업무가 일선 교사·학교에 전가되지 않도록 관리·운영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지난 13일 교육부의 정책 제안 플랫폼 ‘함께학교’에도 유사한 제안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게시한 교사 C씨는 “교육당국은 교사 업무와 분리되도록 늘봄학교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신학기 교사 업무 분장표에 늘봄업무가 포함된 학교도 있다고 들었다”며 “학교는 교육을, 지자체는 돌봄을 하도록 각 지자체의 돌봄 센터가 늘봄학교 정책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선 학교의 업무 부담을 인지하고 있다”며 “교원에게 늘봄학교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살릴 수 있도록 학교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