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날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견이 커 타결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가장 큰 쟁점은 월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배분, 임금피크제 폐지 등으로 사측은 모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월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요구는 최근 5년간 인상한 월 기본급 평균인 4만3600원과 비교해 4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주식을 포함해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배분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조6931억원으로 1조8000억원가량을 성과급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의 지난해 한 해 연구개발비(3조1001억원)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임금피크제 폐지와 숙련고용제도(옛 시니어 촉탁직) 폐지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년 연장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라며 “노조가 고용안정과 고령화라는 이유만으로 정년연장을 지속해서 요구하는 것은 청년층에게 반대로 고용의 기회를 뺏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는 울산 공장 등 국내 생산라인에 신규 인원 충원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울산 차량 생산 공장의 편성효율은 90%에 이르는 미국 앨라배마공장 대비 절반 수준인 50%로 알려져 있다. 편성효율은 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업계에서는 신규 인원 충원보다 인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22개 하청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도 지난달 2일부터 파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조선업 불황으로 지난 5년간 줄어든 실질임금 30% 원상회복을 주장하며 건조중인 선박내 구조물을 점거한채 끝장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1도크 진수까지 중단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파업으로 한 달 만에 매출손실·고정비·지연배상금 등 약 569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특히 조선업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 탓에 2015년 이후 지금껏 임직원 임금 인상률이 연평균 1%를 밑돌고 있다.
◇화물연대 8일 파업으로 약 1.6조원 피해 발생
하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제단체들은 각 노조의 주장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의 요구로 최저임금 등 임금이 국내 경제 여건과 비교해 과도하게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최근 5년간 물가는 8.2%(누적)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42%가량 올랐다.
특히 경제단체들은 노조가 잇따라 파업에 돌입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8일간 총파업으로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총 1조5868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 전반에서 파업으로 물류 차질이 빚어진 영향이다. 산업 부문별 피해액은 철강이 697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석유화학 5000억원 △완성차 2571억원 △시멘트 752억원 △타이어 570억원 등의 순이었다.
재계는 특히 하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3고(고환율·고유가·고금리)에 처한 경제뿐 아니라 기업경영활동을 상당히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는 100억달러(약 13조500억원)를 웃돌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도 둔화도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올해 연간 국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말 제시한 전망치 2.9%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2.6%로 내다봤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조들의 과도한 요구는 허리띠를 졸라메야 하는 상황에 처한 우리 경제와 기업을 짙누르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경영환경 등을 고려한 합리적 수준의 요구와 대승적 차원에서의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