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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불 '여보' 밖에선 ○○씨" 김소현·손준호 부부의 이중생활

이정현 기자I 2018.08.06 06:00:00

''명성황후'' 출연하는 뮤지컬 잉꼬부부
걱정했지만 함께하니 연기 되레 술술
다정다감하지만 공연할 땐 깍듯 호칭
광복절 ''명성황후·고종''…"기대해달라"

뮤지컬 ‘명성황후’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 손준호(왼쪽)와 김소현 부부.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무대 위에서도 이렇게 잘 맞을 줄 알았다면 진작 할걸 그랬어요.”

뮤지컬배우이자 부부인 김소현(43)·손준호(35)는 요즘 24시간을 함께한다. 뮤지컬 ‘명성황후’ 덕이다. 명성황후와 고종을 연기하는 이들은 무대 위에서도 부부다.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방을 돌아 성남에서 14일부터 19일까지 공연한다. 두 사람은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무대 위에서도 밸런스가 잘 맞는 듯해 신기하다”며 “‘명성황후’처럼 규모 있고 인정받는 작품에 부부가 부부 역할로 출연한다는 건 다시없을 기회이자 영광”이라고 말했다.

△소문난 뮤지컬 잉꼬부부, ‘명성황후’서 만나다

뮤지컬계에 이름난 살가운 부부라더니 실제로 그렇다. 손준호가 말할 때 김소현은 남편을 지긋이 바라봤다. 김소현이 키가 큰 커피잔을 내려놓으면 손준호는 행여나 엎어질까 안쪽으로 슬쩍 옮겼다. 다정해 보인다는 말에 손준호는 “김소현 씨가 나를 너무 좋아하는 거 같다”고 눙쳤다. 김소현이 함께 웃었다.

김소현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연기 어땠어?’라고 손준호에게 묻는단다. 수없이 연기한 ‘명성황후’지만 남편과 함께하니 느낌이 다르다. 김소현은 “옆에서 ‘잘하고 있어’ ‘준비 많이 했잖아’라고 말해주는 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손준호도 화답했다. “공연 욕심이 많은지 끊임없이 묻고 반응을 살피더라고요. 언제나 처음인 마냥 답해주죠. ‘정말 잘한다’고요.”

부부가 한 작품에 출연하는 건 만만찮다. 하루종일 공연장에 있어야 하는 만큼 가사와 육아가 문제다. 그동안은 겹치지 않았으나 성남에서는 두 사람이 원캐스트로 전막을 소화한다. 다행히 성남에 시댁이 있어 일곱 살 난 아들의 육아를 부탁했다. 잠도 그곳에서 잘 예정이다.

김소현은 시댁의 도움에 감사하며 이번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치길 바랐다. “‘명성황후’ 공연장인 성남아트센터 그 큰 벽에 우리 부부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걸렸더라고요. 처음엔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뿌듯해요. 손준호 씨와 함께해 더 의미있죠.”

△광복절에 연기하는 ‘명성황후’ 남달라

김소현과 손준호가 서로 부를 때 ‘씨’를 붙이는 건 공적인 자리에서만이다. 집에서는 ‘여보’라 하지만 공연장에서는 깍듯이 호칭한다. 공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이유다. 어쩌다 편한 호칭이 나올라치면 입술을 앙 물고 상대를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려가 혼낸다. 손준호는 “‘김소현 씨’가 복화술에 여간 능한 게 아니다”라며 무대 뒤에서 진땀을 뺀 사연을 털어놨다.

두 사람이 공연에 열을 올리는 건 시기 탓도 있다. 광복절에도 공연을 하는 만큼 캐릭터에 더 몰입하고 있다. 세 번의 시즌을 소화한 김소현도 광복절에 명성황후를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일제에 의해 눈감은 명성황후를 광복절에 연기하면 어떤 감정이 들지 상상도 못하겠다”며 “극중 열강 사이에 낀 조선의 운명을 슬퍼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감정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을 연기하는 손준호도 “어떤 감정이 북받쳐 오를지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소현은 함께하는 손준호가 감사하다. 그리고 대견하다. “예전에는 ‘명성황후’에 부부가 출연하는 게 누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쾌활한 성격의 손준호 씨와 진중한 고종이 과연 어울릴까 못 미더웠죠. 하지만 함께 연기하며 생각이 달라졌어요. 어느 순간 손준호 씨의 눈에 고종이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생각하죠. 아, 이 사람이 진짜 극에 빠졌구나라고요.”

김소현은 세 번째 ‘명성황후’를 맞아 국모의 카리스마보다 굴곡진 여인의 삶을 담으려 노력 중이다. 연기의 톤을 바꾸니 관객 반응도 다르다. “명성황후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니 다른 소리가 나더라”며 “이전에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에 환호하는 분들이 많았다면 이번 ‘명성황후’는 함께 훌쩍여주시는 점에 감동했다”고 돌이켰다.

손준호는 다음 시즌에도 출연을 이어가기를 바랐다. “연기할수록 욕심나는 작품이 바로 ‘명성황후’”라며 “어쩌면 가장 힘든 삶을 살았을 고종에게 큰 연민이 생겼다”고 말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한 장면. 앞줄 왼쪽에 배우 손준호(왼쪽)와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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