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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KEB하나은행, 신탁제도 활용해 장애인 재산 보호

김보영 기자I 2018.04.25 06:00:00

사기·횡령 등 금전적 피해 방지…25일 업무협약 체결
은행·사회복지법인 2중 신탁 관리…금융안전 강화
17개 공동생활가정 거주 중인 70여명 장애인 대상

서울 시청광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지적장애 3급인 A(36·여)씨는 최근 통장을 관리해주겠다는 지인 B씨의 말을 믿었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 B씨가 A씨의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 A씨에게 통장과 카드 비밀번호를 받아내 예금통장에 든 5000여만원의 돈을 빼내려 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A씨의 통장이 신탁에 가입돼 있던 덕에 안전히 자산을 지킬 수 있었다.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KEB하나은행과 신탁 제도를 활용해 장애인 자산 보호망 구축에 나서기 위해 ‘장애인 재산보호를 위한 신탁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25일 밝혔다.

은행이 장애인의 금전재산에 ‘신탁법’상의 신탁을 설정, 통장을 투명하고 안전히 관리해주는 방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가족과 친지, 시설장, 지인 등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사기 및 횡령과 같은 피해에 쉽게 노출돼 있는 만큼 이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금전적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이 신탁법에 따른 ‘수탁자’가 돼 장애인들의 자금을 관리한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을 관리하는 사회복지법인 사무국이 신탁관리인 역할을 맡는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은 지역사회 내 일반 주택을 이용해 장애인들이 스스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가정생활과 사회활동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서울시는 장애인 명의의 신탁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때 은행과 법인 사무국으로부터 두 차례의 검증 과정을 거치게 해 금융 안전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첫 보호 대상자는 서울시 내 A사회복지법인 산하 17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서 거주하는 70여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신탁을 위탁자(재산을 제공하는 사람)와 수익자(신탁이익을 얻는 사람)가 다른 ‘타익 신탁’ 방식이 아닌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이용자 본인이 위탁자이자 수익자가 되는 ‘자익신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장애인들이 언제든 질병 등 위기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립자산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장애인들의 개별 특성에 맞는 신탁제도를 개발, 운영하기 위한 법률적 지원을 담당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신탁서비스는 이날 협약을 체결한 이후 5월부터 이용자 재산조사 및 신탁계약서 체결 등 실무절차를 거쳐 상반기 내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백주원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신탁제도는 장애인과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의 재산보호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높지만 국내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향후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노인, 아동 등 취약계층 전반으로 대상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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