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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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은 누구나 공감하는 상황이지만 적절한 시점을 찾지 못했다. 지금 경기가 침체하고 저물가 현상이 지속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본다. 화폐단위가 너무 커서 주요 20개국(G20)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거래에도 불편이 있어 실제 시장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현재 물가가 낮아진 것은 유가 하락 측면도 있지만, 수요가 위축된 부분도 크다. 물가가 낮으면 기업의 이익이 낮아 투자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 서민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그건 화폐개혁과 무관한 문제다. 오히려 시장 개방을 통해 농식품 수입을 늘려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금 숨겨진 5만원권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화폐개혁이 이뤄지면 지하 자금이 드러날 것이다. 다만 화폐교환 과정에서 실물자산으로 바꾸거나 해외 유출 등의 감안 할 때 일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화폐개혁은 대외 신인도 향상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 경기가 총체적으로 위기인 상황에서 화폐개혁은 하나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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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만 중앙대 명예교수(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이사장)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5~6년 뒤에 화폐개혁이 될 텐데 이제라도 공론장을 만들어야 할 때다.
화폐개혁의 본질을 논의해야지, 이에 따른 부작용부터 얘기해서는 안 된다. 이번 화폐개혁은 지난 두 차례의 개혁과 차원이 다르다. 지금 화폐 단위가 만들어진 건 1962년이다. 50여 년간 커진 한국 경제 규모에 걸맞은 화폐단위를 조정하는 게 본질이다.
음성자금의 양성화를 추구한다는 우려도 지나치다. 무기한, 무기명, 무제한으로 신구 화폐를 바꾸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국민이 믿지 않은 것은 낮은 정책 신뢰도 때문인데, 정부가 지속적으로 정책의 핵심을 홍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단순한 화폐 단위 조정이라는 차원에서 설득시켜야 한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도 지금이 적기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노무현 시절 때만 해도 물가 인상 우려로 개혁을 접었다. 지금은 저물가를 우려하는 상황이라 화폐 개혁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김두경 한국금융연수원 전문자문교수(박승 전 총재 당시 한은 발권국장, 화폐개혁 실무 참여)
이전에 검토했던 사항이고 당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당연히 필요하고, 언젠가는 돼야 하는데 추진 결정이 어려운 거다. 2003년 추진 당시 세종대왕, 이순신, 이황, 이이 등 지폐 인물이 다 이씨 남자였다. 그때 당시에도 여성을 넣으려고 했는데 반대가 심해 1000원, 5000원 1만원은 옛날 도안인물 그대로 사용했다. 그때도 5만원, 10만원 고액권 발행 추진했는데 물가가 지금보다 높아 화폐개혁을 하면 물가, 부동산 오를 수 있다는 반발이 있어 못했다. 3년 후에 고액권 발행 논의가 나오면서 5만원권은 신사임당을 넣었지만, 10만원권은 김구 디자인으로 추진하다가 무산됐다.
5만원권 고액권 발행하고 나서 인플레이션 안됐다. 지금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시기다. 인플레 걱정할 필요 없다. 요즘 커피숍 가보면 4100원, 3500원이 4.1, 3.5로 써 있다. 이미 실생활에서 화폐단위 조정이 된 거다. 얼마 전 의류점에도 가봤더니 10만원을 100.0이라고 써놓더라. 가격을 이런 식으로 표기한다고 해서 가격을 올리거나, 가격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터키도 2005년에 0을 6개나 뗐지만 물가 안 올랐다. 한국 경제도 현재 디플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화폐개혁의 부작용이 덜할 수 있다. 다만 이 조치를 하게 되면 통상 수치체계 변경, 기업 회계 처리 시스템이 바꿔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린다. 일단 화폐 개혁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꼭 이 정권 내에서 완료할 필요는 없다.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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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적인 이론만 생각하면 화폐개혁이 필요하나 지금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인데 지금 한국 상황에서는 어렵다. 외국은 화폐개혁을 할 때 2~3년의 예고기간을 두고, 충분히 준비한다. 새로운 화폐도 충분히 마련하고, 기존 돈도 영구적으로 바꿔줄 수 있도록 하는 등 신뢰를 준다. 그래야 지하에 있던 돈이 실제 흘러나오고 한다.
지금은 정권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화폐 개혁을 하더라도 얼마나 끈질기게 영속성이 있을지 가늠할 수 없어 불안 심리만 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가 타이밍인지는 알 수 없다. 추진하려고 했으면 정권 초기에 해야 했다. 노무현 정권 때도 정권 초기에 추진했다. 물론 부동산이 들썩거리면서 접었지만. 강력한 힘으로 정권 초에 추진해야 정권 중후반쯤에 안정화될 수 있다.
대외신인도를 키울 수 있다는 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신용평가사도 화폐단위를 대외신인도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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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 경제규모에 비해 화폐가치가 낮은 점 등을 고려하면 언젠가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하는 것 맞는 얘기다. 문제는 시점이다. 지금 한국 경제 상황에서 구조개혁이라든지, 가계부채 적정화 등을 감안할 때 우선순위가 상당히 밀리는 게 사실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때가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추진해야지, 지금 상황에서는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
국감장에서 잠시 나왔던 얘기로, 이 시점에서 이 얘기가 확산되고 공감대를 얻긴 어렵다고 본다.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금 등의 실물에 직접적인 투자를 하거나, 해외로 자금을 유출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여러 측면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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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지금은 경기불황을 탈피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서 단기·장기 침체에서 어떻게 빠져나갈지를 논의할 시점이지 화폐개혁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아무런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혼란이 발생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하경제 양성화 논리는 더더욱 말이 안 된다. 돈이 소비로 흘러들어가기 보다는 해외유출이나 실물자산 투자 등으로 경제를 더 가라앉힐 수도 있는 문제가 있다. 물가문제도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풀 문제이지, 화폐개혁과 무관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