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면제 기준 상향 등 일부 완화가 이뤄졌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 주요 재건축 단지의 재초환 부담금을 보면 그 규모가 상당하다. 반포동 반포3주구는 재건축 부담금이 5149억4844만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4722억5528만원, 영등포구 신길10은 1435억8029만원으로 예상된다. 단지 전체에 부과되는 부담금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문제는 부담금의 규모뿐만이 아니다. 재건축사업의 장기간에 걸쳐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구조 자체가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이다.
재초환의 부과 개시 시점은 재건축사업의 추진위원회 승인일이다. 부과 종료 시점은 원칙적으로 준공인가일이다. 추진위원회 승인부터 준공까지 장기간의 주택가격 변동 등을 기준으로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구조다.
재건축은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에도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철거, 착공과 준공 등 여러 절차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공사비와 금리, 분양가격, 주변 주택가격, 정책이 계속 변한다. 사업 초기에는 최종 부담금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서울시 재건축 진행 현황을 살펴보면 추진위 단계는 67곳, 조합설립은 108곳, 사업시행인가 단계는 39곳, 관리처분인가 34곳, 착공 17곳이다.
|
그런데 사업 초기부터 준공까지의 가격 상승분을 기준으로 부담금이 결정되다 보니 조합 입장에서는 최종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사업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초과이익과 부담금이 커지는 구조라면 성공적인 사업장일수록 더 큰 부담을 지는 역설도 발생한다.
이는 사업 추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재건축은 조합원이 기존 주택을 제공하고 추가분담금과 사업비, 금융비용 등을 부담하면서 노후 주택을 새 아파트로 바꾸는 사업이다. 여기에 수천억원 규모의 재초환 부담까지 더해지면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문제는 그 영향이 조합원에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핵심 지역은 강남권과 한강변을 비롯한 기존 도심이다. 대규모 신규 택지를 조성하기 어려운 만큼 노후 아파트를 정비해 새 주택을 공급하는 재건축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재초환 부담이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사업 기간을 늦추면 신규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신축 아파트가 부족해지면 기존 주택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에도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제 재초환은 ‘얼마나 환수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환수하면서 공급을 늘릴 것인가’로 정책의 초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선 정상적인 시장가격 상승분과 재건축사업으로 발생한 실질적인 개발이익을 보다 정교하게 구분해야 한다. 장기간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물가 상승과 일반적인 주택가격 상승까지 과도하게 초과이익으로 간주하면 실제 개발이익보다 부담금이 커질 수 있다.
사업 기간 동안 발생한 금융비용과 공사비 상승, 기부채납 등 실제 투입 비용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재건축은 아무런 비용 없이 이익을 얻는 사업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과 자본을 투입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서 조합원별 분담금과 사업 구조가 구체화되는 만큼 이 시점의 부담금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신규 주택을 많이 공급하거나 공공기여를 확대하고, 사업 기간을 단축해 조기에 입주 물량을 공급하는 사업장에는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재초환의 폐지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개발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수한다는 원칙도 필요하다. 다만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의 핵심 수단인 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을 지나치게 훼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에 더 큰 비용을 남길 수 있다.
개발이익 환수와 주택 공급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환수의 원칙은 유지하되 부담금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실제 사업비를 합리적으로 반영하며 공급에 기여하는 사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추진위원회 승인일부터 준공인가일까지 장기간을 대상으로 부담금을 산정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의 경제성이 구체화되는 관리처분계획 단계와 실제 사업비, 공급 기여도를 보다 충실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주택 공급은 결국 도심 정비사업에 달려 있다. 재초환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장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환수의 원칙은 지키되 공급을 가로막지 않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재건축이 멈추지 않고 서울의 주택 공급도 멈추지 않는다.


![[그해 오늘] 엄마 늦게 올거야…파란 트럭 몰고 달아난 남편](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1101541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