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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론의 가장 큰 한계는 미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그래서 나온 주장이 핵 잠재력이라도 확보하자는 것이다. 핵 잠재력(Nuclear Latency)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는 않지만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 시설, 물질,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필요할 경우 매우 짧은 시간 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2~3개월 내 수십 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핵 잠재력을 확보하자는 주장은 핵무장론에 비해 훨씬 현실적인 장점이 있다. 주변국을 자극할 우려도 적다. 대북 억지력에는 다소 한계가 있겠지만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것이다.
문제는 역시 미국이 우리의 핵 잠재력 확보를 용인해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국 트럼프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문제다. 트럼프는 거래의 천재라 불릴 정도로 거래에 뛰어난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에게도 그를 상대할 ‘거래의 전략’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가 집필한 ‘거래의 기술’(1987년)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핵무장과 관련해 크게 4가지 사항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크게 떠든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그 어떤 나라도 시끄럽게 떠들면서 핵개발을 추진하지 않았다. 전략적 은밀함이 절실히 요구되는 영역이다. 트럼프는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사기를 원한다면 상대방에게 별로 대단치 않은 것임을 확신시키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고 적고 있다.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것은 거래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진짜 원하는 것을 숨겨야 한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별로 대단치 않는 일로 인식시킨다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목표를 크게 가질수록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트럼프는 거래의 첫 번째 원칙으로 “크게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목표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다. 때때로 목표에 미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원한 만큼의 목표를 달성한다”고 실토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일을 성사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규모를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실질적인 목표가 핵 잠재력 확보라면 협상에서는 더 큰 것을 들고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그나마 낮은 수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와의 거래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안보와 경제에 있어 미국에 대한 의존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는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나올 경우 우리가 사용할 지렛대는 거의 없는 상태다. 그냥 읍소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돈으로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와의 거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거래의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