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한 태블릿 PC 인지치료’를 개발한 서지현 재활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서 교수가 개발한 발달지연 아동 치료 프로그램은 아직 탐색 단계 수준이지만 가정에서 미디어 중독 현상 없이 시지각 운동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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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동에게 과다한 미디어 노출이 해롭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소아정신과학회는 생후 24개월까지는 TV, 휴대폰을 보여주지 말라고 권고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 발달지연 아이에게 태블릿 PC를 보여주면 아이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프로그램을 각색해 연령대에 맞췄다. 이후 병원에 내원하는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시행했다. 의정 갈등이 발생해 진료 업무가 급격히 늘어나고 연구를 도와줄 사람도 없었지만 그는 어렵게 10명의 발달지연 아동을 모집해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서 교수는 발달지연 진단을 받은 4 ~18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태블릿 PC 기반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12주간 시행했다. 병원에서 부모에게 프로그램에 탑재된 게임을 설명하고 이를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부모와 한 달에 한 번씩 경과를 상담하고 추가적인 의료 지도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 결과 시행 전과 비교해 아이들의 시지각 운동 통합능력이 좋아졌으며 미세손동작 및 일상생활 동작 점수도 올라갔다. 특히 스마트폰 중독 부문 평가에서도 악화가 관찰되지 않아 가정에서도 미디어 중독 없이 발달지연 아동의 시지각 운동의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서 교수는 이 프로그램이 좀 더 대상군을 넓히고 관련 근거를 좀 더 탐색하면서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가정에서도 함께 치료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같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소아재활 치료를 해왔지만 약간 자폐같이 보였던 아동이 증상이 나아져 학교를 잘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아동은 가정에서의 노력이 가장 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병원 대기실에서 계속 태블릿 PC만 1시간씩 보던 애가 태블릿을 끊고 엄마랑 대기실에서도 계속 뭔가 상호작용하고 책 읽고 하다 보면 눈 마주침도 되기 시작하고 훨씬 좋아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면서 “엄마도 우울하니까 본인 휴대폰 보고 애도 아이 휴대폰 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 겹쳐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 교수는 “발달지연 아동 치료 보장성뿐만 아니라 부모의 심적 안정과 경제적 보조 등에 한 번쯤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