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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관 투자가들의 상반기 출자 콘테스트가 지난달 마무리됐다. 지난달 28일 KDB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2차 출자사업의 위탁운용사(GP) 4곳을 뽑았고, 같은날 공무원연금도 블라인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목표수익률만 제시한 뒤 투자금을 모으는 펀드) PEF 대형·중형 분야 출자 운용사 4곳을 선정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2020년 이후 4년만에 국내 PEF 출자사업에 나서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앞서 산은·성장금융의 1차 출자사업에서는 9곳의 운용사가 출자를 따냈다. 정부 지정 신사업에 투자하는 혁신산업펀드의 경우 △IMM인베스트먼트, 큐캐피탈파트너스(대형) △코스톤아시아, 한국투자파트너스(중형) △WWG자산운용, 시냅틱인베스트먼트,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소형)가 이름을 올렸다. 중·후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성장지원펀드 대형 분야에 JKL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선정됐다.
하반기엔 국민연금의 PEF 운용사 선정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기업구조혁신펀드 5호 위탁운용사 선정도 예정돼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출자금(8000억원) 보다 2000억원 늘어난 조단위 출자를 예고했다. 수천억원의 출자를 보장받을 수 있는 만큼 최종 지위를 따내기 위한 운용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사업재편 기대…제조업 알짜 매물로 쏠리는 눈
실탄 장전을 마친 사모펀드들은 알짜 매물 출회를 기다리고 있다. M&A 매물 가격이 적절히 내려온 가운데 경기 상황도 나아지고 있어, 적절한 매물만 나온다면 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와 조선, 해운 등 제조업 우량 매물 출회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식품(F&B),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알짜 물량이 나올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SK그룹이다. SK는 지난달 주요 계열사의 통·폐합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사업재편을 예고했다. 반도체와 통신 등 핵심 사업을 제외하고 중복 사업을 필두로 한 다수의 계열사 간 교통 정리가 전망된다. 적자 계열사가 늘어난 롯데그룹 역시 잠재적 매물 보유자로 거론되는 중이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조단위 M&A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고 있다.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바이오테크 기업 모픽을 32억달러(약 4조 421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고, 8일에는 덴마크 맥주 제조기업 칼스버그는 영국 청량음료 제조사 브리트빅을 32억 8000만파운드(약 5조 8103억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국내에선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컴포즈커피가 필리핀 졸리비에 4700억원에 매각되기도 했다.
국내 사모펀드 관계자는 “하반기엔 사업 재편이나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매물이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미들마켓 딜이 주를 이뤘지만, 시장에 쌓인 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수조원 단위 메가딜을 기대할 수도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