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인국공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임됐던 코레일 사장이 법원 판결로 복직한 사례가 있어 현 사장도 불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듯하다. 코레일에서는 철도 사고로 승객이 다쳐도 코레일 직원이 무사하면 무재해 사업장으로 선정하고 사고가 난 역 직원들에게도 별도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전임 정부에서 알박기 인사로 임명된 많은 공공기관장들이 사퇴하지 않아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해임 사유가 없으면 사퇴를 강요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장관이 산하기관 임원 사퇴 강요로 실형을 선고 받았고 산업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검찰은 전직 장관 3명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정권교체기마다 알박기 인사가 반복되고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가 버티기를 고집하면 사퇴 종용이 어려운 것은 공공기관은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부 공공기관장들은 관리책임을 질 것에 대비해 직원들의 필요한 대외활동을 억제하면서도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해외 출장을 자주 가기도 한다. 이들의 월급을 주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개탄스러운 일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이 임명된 공공기관장도 기대 이하인 경우가 상당수 있다. 임기 내내 ‘캠코더(대선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를 고집했던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관련 분야의 이력이 거의 없거나 전문성을 의심받는 인사들이 정권 창출에 기여하였다는 이유로 임명되고 있다.
자격 없는 캠프 인사를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개혁부터 어려워진다. 경영진과 노조의 담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윤 정부에서도 전문성을 의심받았으나 임명된 일부 공공기관장들은 임명 초기 노조의 격렬한 반대로 취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어떻게 무마했는지 잠잠하다. 기관장이 밖으로 드러나면 곤란하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들어주기로 약속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며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고강도 혁신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책기조인 공정과 상식이 부합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역량이 검증된 인사로 공공기관장을 임명, 공공기관의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 초 정권 교체와 함께 많은 기관장들이 공공기관 평가결과에 따라 사퇴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현실화되지 않았다. 향후 정권교체 이후 혹시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평가위원들이 온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합리적 의심이다.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맞추는 방안은 정권교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은 막을 수 있으나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껍데기만 남은 공모 절차부터 폐지해야 한다. 사전에 내정된 인사를 공모를 통해 임명하기 보다는 임명 후보자를 사전에 공지해 청문회까진 가지 않더라도 공개 검증을 받고 임명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할 게 아니라 매년 평가를 통해 연임여부를 결정하는 방식도 고려할만하다. 기관장이 1년 단위로 평가를 받게 되면 경력 쌓기 용으로 공공기관장을 하다가 중도 사퇴하는 일은 대부분 없어 질 것이다. 설혹 중도 사퇴하더라도 1년 단위로 기관장 연임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구축되면 기관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1년 단위로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의 연임여부를 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