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비지란 도시개발사업에서 사업시행자의 소유로 귀속시켜 매각처분할 수 있게 한 토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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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B씨는 C사로부터 2013년 8월 2일 포항시 내 도시개발사업 체비지를 3억5000만원에 매수해 이듬해 3월 26일 체비지대장 소유권 취득자로 등재됐다. C사는 2013년 8월 2일 A씨가 조합장으로 있는 도시개발사업조합으로부터 기성금 명목으로 체비지를 받았다.
이후 A씨는 C사에 과다 지급 공사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채권 확보를 위해 2015년 5월 27일 B씨 동의 없이 체비지대장상 소유권 취득자로 등재된 C사, B씨 명의를 말소했다.
검찰은 “A씨가 체비지 소유권 취득자로 기재된 명의자들의 권리를 보호·관리할 임무가 있다”고 보고 “A씨의 체비지대장 말소행위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돼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벌금 1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2심도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1·2심 재판부는 ‘시행자’에게 체비지대장상 취득자로 등재된 자들의 명의가 말소되거나 변경되지 않도록 유지·관리할 의무가 있으므로 조합 대표인 A씨는 피해자와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다고 봤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사무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재산상 손해의 발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환지처분 전 시행자로부터 체비지를 매수한 자 또는 그 전매수인이 자신의 매도인에 대해 가지는 체비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의 권리는 채권적 청구권일 뿐이고, 체비지대장에의 등재와 같은 공시방법이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체비지대장에의 등재는 환지처분 전 체비지 양수인이 취득하는 물권 유사 권리의 공시방법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을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인정하고, 피고인이 체비지대장상 취득자 란의 피해자 명의를 말소한 행위만으로 피해자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야기됐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