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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캔버스에도 봄은 오는가

오현주 기자I 2022.03.31 03:30:00

△갤러리웅서 국내 첫 개인전 연 루크 버튼
장식적 시각문화 전반의 '상징주의' 관심
오렌지·포도 등 과일들, 작품에 즐겨놓아
“세상 없는 공간서 배열·재배열 체계 묘사
양면성·모순,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루크 버튼 ‘공허한 장식 속 북적거림: 포도와 오렌지’(A Pleasingly Crowded Convention in Ornamental Void: Grapes and Oranges·2021), 종이에 아크릴, 120×90㎝(사진=갤러리웅)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저 멀쩡하게 생긴 사내는 누구인가. 찌푸린 눈썹으로 불편한 심기를 잔뜩 드러낸 채, 액자 속에 들어앉아 실물인지 허상인지 단정하기도 애매한 남자. 어찌 보면 눈길을 더 끄는 건 그 액자를 둘러싼 또 다른 프레임이다. 요란하게 휘감고 있는 과일 장식들 말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루크 버튼(39)의 관심은 장식적인 시각문화 전반에 걸친 상징주의에 있단다. 어떻게 표현되는지, 그 이면은 없는지를 들여다보고 또 옮겨낸다는 거다. 그 상징 가운데 작가가 즐겨 작품에 들이는 게 있다면 바로 과일이다. “세상에 없는 공간에서 과일(사물)이 배열되고 재배열되는 흥미로운 체계를 묘사”했다는 거다. 그런데 그게 자연스럽지는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양면성 혹은 모순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말하니.

길고 난해한 작품명을 단 ‘공허한 장식 속 북적거림: 포도와 오렌지’(A Pleasingly Crowded Convention in Ornamental Void: Grapes and Oranges·2021)는 그 연작 중 한 점이다. 놓일 데 놓이지 않고 떠다니며 생김새도 잃어버린, 기형적이고 우습게 변질한 과일에 방점을 찍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갤러리웅서 여는 개인전 ‘봄의 도시 귀환’(Capital Spring Returns)에서 볼 수 있다. ‘봄의 도시’에는 실제로 장소와 시간을 뜻하는 의미 외에 자본·투자·금융이 회복된다는 의미까지 담았다. 국내 첫 개인전에 회화 10여점을 걸었다. 전시는 4월 2일까지.

루크 버튼 ‘공허한 장식 속에 조용한 흩어짐: 배와 포도’(A Calmy Dispersed Convention in Ornamental Void: Pears and Grapes·2021), 종이에 아크릴, 120×90㎝(사진=갤러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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