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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세페 때도 무산된 10% 환급…캐시백, 11兆 소비 유발할까

이명철 기자I 2021.07.09 06:43:19

1.1조 규모 캐시백 추진…홍남기 “11조 추가 소비 효과”
작년 부가세 10% 환급 방안, KDI 예타서 “효과 낮다” 반대
백화점·마트 등은 제외…與 “편한 위로금 방식으로 줘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카드 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 사업의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환급률 10%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규모 추가 소비를 유도하기에는 환급 혜택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는 불과 1년 전 10% 혜택을 주는 소비 진작책을 도입하려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접은 적이 있는데 또 다시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일 집단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 당겨쓰기·물타기…환급 실효성 저해

9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일 발표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중에는 1조 1000억원 규모의 카드 캐시백 사업이 포함됐다.

캐시백 사업은 2분기 개인의 월평균 카드 사용액과 비교해 8월부터 매월 카드로 결제한 금액이 3% 이상일 경우 증가분의 10%를 환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씨의 카드 사용액이 2분기 월평균 100만원이었고 8월에는 150만원이었다면 3%(3만원)를 제외한 47만원의 10%인 4만 7000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시행 기간은 우선 8~10월로 이후 상황을 봐가며 연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2분기와 비교해 대규모 추가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추경 브리핑에서 “상생소비지원금 1조 1000억원을 계상했다고 했는데 10%를 캐시백하기 때문에 약 11조원 정도 규모의 민간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10% 혜택으로 11조원 규모의 추가 소비의 동력이 될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0% 혜택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기재부는 2019년말 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2020년 실시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에서 하루를 지정해 구매한 품목에 대해 부가세 10% 환급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해당 제도 도입이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 내려 결국 도입이 무산됐다.

KDI의 예타 조사를 보면 부가세 환급의 타당성이 낮다고 본 이유는 소비를 앞당기는 전위(轉位) 효과와 판매기업의 전략적인 행동 때문이다.

전위 효과란 코세페 특정일에 부가세 10%를 환급한다고 해서 추가로 돈을 더 쓰는 게 아니라 향후 소비를 미리 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연말에 가전제품을 사려고 했는데 코세페에서 부가세를 환급해주니 이때 구매하게 되면 추가 소비가 아닌 시점만 변화하는 효과만 있다.

실제 KDI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세페 부가세 환급 시 다른 기간 소비를 옮겨 지출할 것이라는 응답자(47.6%)는 절반에 가까웠다.

캐시백 역시 8~10월 환급을 받기 위해 연말연초 소비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가 소비 창출이 아닌 소비 대체 효과만 있을 경우 캐시백 환급을 위한 재정은 결국 낭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매기업들이 10% 환급을 이용한 일명 ‘물 타기’도 KDI는 우려했다. 당초 20% 할인 판매를 하려던 업체가 재정이 10% 할인을 해주니 10%만 할인하는 등 꼼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용으로 전환할까

카드 사용처도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명품전문매장 등 주요 매출처가 빠져 식당이나 전통시장 등에서 추가로 11조원을 소비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캐시백의 사용처를 확대하거나 아예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용도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일 오전 정책조정회의 후 브리핑에서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와 여러 논의할 부분이 있다”며 “캐시백 등 복잡한 방식보다 국민들이 좀 더 편안한 방식으로 코로나 피해 위로금을 지급할지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소비 진작책보다 취약계층 지원으로 방향을 트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 활성화는 필요하지만 (소비 진작책은)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소비가 될 가능성이 높고 추가 소비가 있다 하더라도 쓰인 재정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취약계층을 현금이나 소비쿠폰 등으로 지원해서 돈을 쓰게 만드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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