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참여정부 인사의 최고 실세는 ‘시스템’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결코 수사가 아니었다.”
지난 2013년 5월 출간된 책 ‘대통령의 인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적은 추천사다. 참여정부에서 인사제도비서관, 인사관리비서관, 인사수석비서관을 두루 지냈던 ‘인사통’ 박남춘 인천시장이 노무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을 기록한 것으로,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사 시스템 속에서만 인사를 했고, 인사추천회의의 결정을 존중했다”고 추천했다.
참여정부의 인사 시스템을 물려받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흔들린다. 25세 청년을 1급 비서관으로 임명하면서 빚어진 논란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아야할 반부패비서관이 투기 혐의를 뒤집어쓴 채 야당으로부터 ‘반쯤 썩은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 물러났다.
50억원대 빚을 져 60억원대 상가를 포함해 90억원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부 상의 숫자만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진저리 친 ‘영끌 빚투’의 전형이다. 이미 청와대 전 대변인이 유사한 케이스로 옷을 벗었는데도 청와대는 둔감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경기 광주시 송정동 일대 맹지와 건물은, 민정수석실 직원이 둘러만 봤어도 ‘부적격’ 리포트를 쓸 만큼 의혹 투성이다.
2004년 참여정부 정찬용 인사수석은 ‘인사 심마니’ 제도를 운영했다. ‘대통령의 인사’에 소개된 내용이니 문 대통령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인재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이라도 다니겠다던 결기가,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추천된 인사의 부적격 사유를 찾는데도 활용되지 않았다. 가히 시스템의 퇴행이다.
청와대는 인사수석실에서 인사를 추천하고 민정수석실에서 이를 검증한다며 김외숙 인사수석에게 쏠리는 책임론을 방어하고 있다. 그렇다면 3개월마다 갈리고 있는 민정수석들이 업무 이관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2016년 5월 출간된 ‘노무현이 선택한 사람들’에는 “당시 문(재인) 수석은 잣대로 줄을 그어놓고 도려내는 방식의 면도칼 검증을 실시하고 있어서 한 번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식이었다”고 인사 검증의 엄중함을 서술했다. 혹시라도 칼날이 무뎌진 것일까. 노 대통령은 2005년 이기준 교육부총리 임명 파동 때 대국민사과와 함께 박정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을 경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