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심각한 재정 손실을 초래할 경우 주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처음으로 인정됐다. 경기도 용인 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주민소송단이 이정문·서정석·김학규 등 3명의 전직 시장과 용역기관 등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게 그것이다. 단체장이 잘못된 판단으로 세금을 낭비했다면 이에 대해 금전적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의 용인 경전철 사업은 1조원 규모의 혈세 낭비로 지자체의 재정파탄 위기까지 불러온 최악의 경우로 꼽힌다. 2010년 완공됐지만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와 최소수입보장비율(MRG) 법정싸움이 벌어지면서 개통까지 3년이 걸렸다는 사실부터가 그러하다. 결국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한 끝에 이자를 포함해 8500억원을 물어줬고, 그 뒤에도 295억원의 운영·인건비를 지급해야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용객이 당초 예측에 크게 못 미쳤고, 이로 인해 재정난이 가중되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는 점이다.
이런 사례는 비단 용인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부채가 누적되면서 2017년 파산에 이른 의정부 경전철도 경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듬해 말부터 다시 새로운 사업자가 맡아 운영하고 있으나 운영손실 비용을 메워준다는 명목으로 지금도 연간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막대한 철거비용으로 인해 한때 애물단지로 방치됐던 인천시의 월미은하레일도 마찬가지다. 현재 월미바다열차로 전환해 운영된다지만 그동안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말았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는 데는 단체장의 치적 쌓기 공명심이 그 바닥에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업 시행을 위한 용역연구도 구색 맞추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5년 지자체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가 도입된 것도 단체장의 일방적인 폭주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로 그 의미가 처음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단체장들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겠으나 이번 판결로 주민들의 세금을 아껴 써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