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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거절에 속타는 中企]②담보없어…우량기업도 은행 4곳서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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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래 기자I 2020.06.15 06:00:00

중소기업 지원 확대한다지만 여전히 높은 은행 문턱
코로나 피해로 신용등급마저 하락..건실한 코스닥사도 대출 좌절
비제조업 중기 52%는 자금 부족.."도산땐 일자리 수 큰폭 감소"

지난 3월 31일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의 모습. (사진=뉴스1)
[이데일리 강경래 권오석 기자] 인천에 위치한 골재채취업체 A사는 최근 은행 4곳을 찾아 대출을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A사는 연매출 600억원 규모의 건실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올 들어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줄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인건비와 운영비만 1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A사 대표는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대출을 시행한다고 들었지만 정작 은행을 찾아가 보니 담보가 없으면 힘들다는 말만 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종은 신용등급마저 떨어져 대출 받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은행권 문턱이 여전히 높아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은행권을 찾은 중소기업들은 담보를 요구하거나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대출을 거절당하기 일쑤다.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1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총 123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업종별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76.2%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금 부족’이 ‘매출 감소’와 함께 가장 큰 피해사례로 지적됐다. 제조업은 △내수 위축으로 인한 매출 감소(81.2%) △운영자금 부족·자금 압박(37.3%) △계약물량 취소(19.4%) 순으로 응답했다. 비제조업은 △내방고객·주문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81.4%) △운영자금 부족·자금 압박(52.5%) △상가 임대료 부담(7.3%) 등의 순이었다.

중소기업에 필요한 지원책으로는 △중소기업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67.6%) △고용유지원금 상향지원 확대(51.8%) △금융기관에 대한 면책방안을 마련해 과감한 대출 유도(41.9%) △특별고용지원업종 확대(22.5%) 등 자금을 지원하거나 금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정부에서도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자금 지원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최근 29조 1000억원 규모로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대출한도 외에 특별한도를 부여해 대출 21조 2000억원을 제공하는 한편, 신용등급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7조 9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에 따라 기업 대출 역시 3개월째 역대 최대폭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한 달 사이 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대출액이 16조원 늘었다. 월간 증가액 기준 역대 3위였다. 이 같은 기업 대출 증가세는 3개월째 역대 최고 규모로 이어진다. 3월 기업 대출은 18조 7000억원 늘어 당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이어 4월 기업 대출이 27조 9000억원 늘면서 한 달 만에 또 다시 최대액을 경신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자금 확보, 특히 은행권 대출이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우량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B사. 코스닥에 상장한 B사는 최근 몇 년 동안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흑자 기조도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은행을 통해 대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B사 임원은 “원부자재 조달 등 운영자금으로 50억원 가량이 필요했다. 때문에 주거래은행을 찾았지만 이미 담보·신용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출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주거래은행 지점이 아닌 본점을 찾아 지난 3월 대출 심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석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답변을 못 받고 있다”며 “바이오 의료기기 등 최근 주목받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출받기 어렵다면 다른 업종은 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중소기업들은 은행권에서 여전히 담보 대출 등 관행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상당수가 이미 공장 등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킨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추가적인 대출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특허권 등을 담보로 한 ‘동산담보대출’ 등을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중소기업에 대출을 감행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을 확대해 은행권에서 추가적인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희재 서울대 교수는 “담보 대출이란 후진적인 금융시스템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이 더 힘든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정부가 사주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고용 중 90%가량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인해 도산한다면 가뜩이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어드는 일자리 수가 향후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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