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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의 6월은 변덕스럽다. 바로 한여름으로 접어들 듯 기온이 오르다가도, 우박이 떨어지거나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는 곳이 바로 제주다. 이 변덕스러운 제주에서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있다. 내리는 비와 함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감성 여행이다. 제주관광공사는 ‘꽃과 바다, 그리고 별 헤는 제주’를 주제로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 관광 추천 10선을 발표했다.
◇자구리 공원 ‘작가의 산책길’, 소라의 성
예부터 수많은 예술가는 인간이 구현할 수 없는 자연의 미학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서귀포 앞 자구리해안은 화가 이중섭에게 그러한 곳이었다. 깊고 푸른 바다 위의 예술품, 섶섬과 문섬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은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자구리 공원은 이중섭을 기억하며, 그의 영향을 받은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꾸며졌다. 이곳은 이중섭미술관에서 시작해 소암기념관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산책길’ 코스와 연결된다. 해안절벽 위의 건물을 시민 북카페로 단장한 ‘소라의 성’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잠시 숨 고르며 차 한 잔 마실 수 있다. 공원 옆 소남머리에 서서 주상절리가 유려하게 펼쳐진 해안가를 두 눈에 담으면 가슴이 탁 트이며 온 세상이 예술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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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오는 소리 ‘제주의 수국길’
여름이 다가오면 제주 곳곳에서 꽃망울 틔우는 소리가 소곤소곤 들린다. 작은 꽃잎이 모여 풍성한 자태를 완성하는 수국은 초여름 특유의 청초함을 닮았다. 이름에 걸맞게 물을 좋아하는 수국은 빗방울을 머금었을 때 오묘한 분위기를 뽐내, 초여름 내리는 비는 수국을 더욱 아름답게 물들인다. 수국은 토양 성분에 따라 색색의 꽃을 피운다. 특히 제주에는 바다를 닮은 푸른 수국이 유명하다. 키를 훌쩍 넘는 푸른 수국이 유명한 위미리 수국길은 수국에 파묻혀 인생 사진을 남기기 좋다. 끝없는 수국길이 이어지는 안덕면 사무소 앞길은 꽃길 따라 산책하기를 추천한다. 색색의 수국이 아름다운 안성리 수국길 등 6월 제주는 곳곳이 수국으로 물든다. 휴애리와 카멜리아힐에서도 수국과 함께 제주에 여름이 당도했음을 알린다. 수국을 따라 걷다 보면 비 오는 제주마저도 흠뻑 사랑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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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빛 붉은 바다의 위로 ‘닭머르 해안길’
현실에 지친 사람들을 다독여 치유하는 특별한 힘이 노을에 담겨있기 때문일까. 해안 절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바다는 붉은 노을에 물들어 위로의 눈빛을 보낸다. 고생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올레길 18코스에 있는 닭머르 해안길은 유달리 붉은 제주의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 중 하나다.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앉은 것처럼 보인다 하여 ‘닭머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해안길은 전망대까지 나무데크로 이어져 있어 산책하기 편하다. 닭머르 해안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남생이못 습지생태관찰원도 들러볼 만한데, 신촌리 주민들의 손길로 잘 정비되어 있어 아이들의 생태학습장으로도 포토스팟으로도 인기 있다. 하루의 끝에 닭머르 해안가에 서서 붉은 노을이 뿜어내는 따스한 빛을 온몸으로 저장해두자. 제주 노을의 붉은 온기는 내일을 살아갈 건강한 에너지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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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숨결을 빚다 ‘놀멍 빚으멍’
제주 옹기는 들숨과 날숨을 내뱉으며 살아 숨 쉰다. 일반 옹기와 달리 유액을 입히지 않아 단단히 굳어진 흙의 미세한 틈 사이로 제주의 숨결이 드나드는 것이다. 대지의 기운을 머금은 옹기토는 장인의 땀방울을 더한 후, 1200도로 달아오른 불을 만나 제주 옹기로 탄생한다. 250년 전부터 옹기를 생산해 온 구억 마을의 옹기체험학교 ‘놀멍 빚으멍’에서는 제주 전통옹기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체험할 수 있으며 체험비용은 개인 20,000원으로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완성한 옹기는 한 달 정도 기다리면 집으로 배달된다.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촉촉하고 부드러운 흙의 감촉을 손끝으로 느껴보자. 손길 닿는 대로 나만의 멋이 드는 제주 옹기 체험은 사전 예약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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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름 바다를 즐기기에는 이른 시기. 그 아쉬움을 바다향 가득한 음식으로서 달래보는 건 어떨까. 6월 초부터 7월까지 제주는 성게가 제철이다. 6월이면 제주 바다 연안에서는 이색 장관이 펼쳐진다. 성게 채취를 위해 해녀뿐만 아니라 집안의 일손을 보탤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닷가로 나와 해녀가 채취해온 성게 작업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주 인심은 성게국에서 난다는 속담이 전해질 만큼 제주 성게국은 별미 중의 별미다. 성게는 바다의 호르몬이라는 별칭답게 풍부한 영양소는 물론, 제주 앞바다의 풍미를 가득 품고 있다. 애월읍에 위치한 ‘로드129’에서는 성게알이 듬뿍 들어간 성게크림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서광리 ‘서광춘희’의 성게라면은 해산물을 베이스로 끓인 시원한 국물과 생면발 맛이 일품이다. 성게의 새로운 변신이 궁금하다면 제주 미식기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