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자식인 줄 알았는데 허공이었다’ ‘ 내음으로 기억되다’ ‘기억의 빈자리’ 등. 작품에 붙은 타이틀이 마치 소설 문구나 시구 같다. 수묵인물화로 명성을 얻은 한국화가 김호석(58)은 “제목을 정하는 것도 그림 그리는 것 못지않게 고민을 한다”며 “상징과 비유, 은유를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8월 16일까지 서울 성북구 종암동 고려대박물관에서 여는 김 작가의 초대전 ‘틈’은 전시장 3개를 채운 대규모 전시다. 신작 20점을 포함해 120여점으로 꾸몄다. 전시에 앞서 만난 김 작가는 “한때 그림이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고 믿었으나 지금은 그저 사회 속에 들어가 작은 틈을 메웠으면 좋겠다”며 전시제목을 ‘틈’으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 작가는 한국전통의 화법을 현대적으로 가장 잘 구현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전남 강진 다산초당에 걸린 정약용 영정을 비롯해 성철스님과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의 영정을 그렸고 동학농민운동과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소재로 한 역사화도 다수 그렸다. 그래서 붙은 별칭이 ‘운동권 작가’다.
이번 전시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다만 예전에 비해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으로 현실문제와 사람들의 상처를 끄집어낸다. ‘자식인 줄 알았는데 허공이었다’는 김 작가가 세월호 참사를 보고 비통한 마음으로 그린 작품. 장정소포에서 아들이 입던 옷을 꺼내 코를 대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내음으로 기억되다’는 군대 내 폭행으로 사망한 윤일병 사건 소식을 듣고 구상했다. 두 작품 모두 화가이기 앞서 자식을 키운 부모의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
김 작가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보면서 나는 똑바로 살았는가, 이해관계에 빠진 적은 없는가, 돈을 위해 초상화를 그리진 않았는가를 물었고 ‘아니다’라는 대답을 못했다”며 “현실을 그리지 못하면 이 사회의 희망을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 작가가 ‘현실’만을 화폭에 옮긴 것은 아니다. 대나무 위에 꽂아 놓은 꽃을 그린 ‘시선의 바깥 I’이나 풀밭에 떨어진 홍시를 그린 ‘생성’ 등에서는 옛 한국화의 전통과 현대적 감성이 어떻게 만나 조화를 이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김 작가는 전통방식으로 한지와 먹을 만들고 멧돼지와 쥐의 털로 만든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
유명인물의 초상화 의뢰가 계속 이어지는지가 궁금했다. 김 작가는 “이제는 유명인물보다 이름을 남기진 않았지만 묵묵하고 성실하게 살아간, 그래서 위대하다고 할 인물을 그려 공공기관에 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답했다. 02-3290-1513.
|




![李대통령 파격 발탁, ‘용혜인 카드' 최대 논란 [오늘의 여의도]](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8/PS26083100039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