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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백용호 공정위원장의 `존재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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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동 기자I 2008.07.28 08:22:53

금융시장 안정 위한 정책적 개입을 불공정거래 판단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기업집단(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시장질서를 저해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그 동안 공정위는 주로 삼성·현대·SK 등 재벌집단의 계열사 부당지원이나, 담합행위 등을 주로 조사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재벌을 향하던 공정위의 칼끝이 금융회사로 옮겨오고 있다. 대기업 계열 보험회사의 부당 지원이나 보험료 담합 등 조사대상 범위도 전방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관련기사 2008.06.30 공정위, `보험 또 보험` 연이어 담합 조사

지난 22일에는 2004년 이뤄진 산업은행의 산은캐피탈 지원에 대해 `부실계열사 부당지원`이라는 판결을 내렸다.☞관련기사 2008.07.22 "산업은행, 퇴출위기 계열사 부당지원"

공정위는 "산업은행이 계열사인 산은캐피탈이 발행한 대규모 사모사채를 정상금리보다 현저하게 낮은 금리로 인수해 산은캐피탈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평결이유를 설명했다.

공정위는 `부당 지원행위` 성립요건으로 ▲현저하게 낮은 금리 ▲장기자금 지원 ▲국가 중요산업이 아닌 계열사 지원 등을 들었다.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의 사모사채를 인수한 금리(4.79~5.86%)가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금융채 기준수익률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또 사채의 만기가 2~3년이고 총 7회에 걸쳐 자금을 지원해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자금지원 대상이 국가 중요산업이 아닌, 퇴출 위기에 몰린 계열사라는 점도 부당 지원행위를 성립시킨 요건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그렇지만 공정위의 이번 판단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기본적으로 채권 발행과 인수 금리는 발행 당시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공모채권이 아닌 사모사채의 경우, 발행자와 인수자 간의 협의에 따라 금리조정이 가능하다. 더구나 개별 채권의 발행금리를 동일한 조건의 다른 채권이 아니라, 기준수익률과 비교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증권업협회의 기준수익률은 딜러들에게서 직접 제출받은 금리로 공신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시장 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은 `프라이싱(pricing)`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금융거래에서 프라이싱이 지나치게 높다거나 낮다는 걸 따지기는 어렵다"고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산업은행이 지원한 자금의 용도가 시설자금이나 기술개발 자금이 아니라, 부실계열사 지원에 쓰였기 때문에 계열사 부당지원이라는 논리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 사모사채 인수에 나섰던 시점은 2004년 3월부터 2005년 3월까지 1년간이다. 당시 산은캐피탈은 LG카드 유동성 위기로 인해 퇴출 직전까지 내몰렸다. 산은캐피탈 뿐만 아니라 제2 금융권 전체가 심각한 부실에 시달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는 LG카드 유동성 위기로 인해 산은캐피탈 뿐만 아니라 삼성카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여신전문회사들이 모두 유동성 위기에 처했었다"면서 "계열사였기 때문이 아니라, 산은캐피탈이 청산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장혼란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자금을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서서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셈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당시 민간 회사들을 대신해 LG카드를 떠안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에도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겪던 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했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과거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매각추진을 전담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철저한 시장경제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백 위원장은 `증권금융론`, `돈의 경제학` 등의 책을 쓴 금융전공 학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개입을 시장질서를 저해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이 무너진다면, 시장질서를 지킨다는 공정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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