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국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지난 6일 서울시 용산구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국제표준 전산 언어(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 재무공시 단계적 선진화 방안’ 파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여 년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한 그는 현재 삼일회계법인 XBRL 전문 센터를 이끌면서 금감원 XBRL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XBRL은 기업의 종합적인 재무공시를 위한 국제표준 전산언어다. 현재는 비금융업 상장사의 재무제표 본문만 XBRL 데이터로 공시한다. 하지만 모든 상장법인과 일부 비상장법인도 3분기 보고서부터 재무제표 본문에 XBRL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내년 3월까지 제출해야 하는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재무제표 주석에도 XBRL을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 재무정보의 ‘민낯’이 보다 상세하게 드러나게 된다. 나 파트너는 “소송, 우발부채를 비롯한 세부 부채 내역, 구체적인 종속·관계기업, 온실가스 배출 현황 등 모든 상장사의 상세한 재무정보가 공개되는 것”이라며 “‘최근에 부동산 매입 늘어난 상장사를 알려줘’라고 하면, 순위별 데이터가 엑셀로 쫙 나올 정도로 구체적인 상장사 재무정보 비교·분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나 파트너는 “이같은 XBRL 재무공시 강화의 나비효과로 ‘주주행동주의 시즌2’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상세하게 온라인에 공시되는 기업 재무정보를 토대로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설명(IR) 보고서만 보는 게 아니라 XBRL을 토대로 구체적인 재무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기업 경영이 투명해지면서 투자 활성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게 나 파트너 전망이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나 파트너는 “외부에서 재무제표의 적정성, 단순 오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부실 공시’ 우려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XBRL 재무공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실무 작업을 일일이 해야 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규제가 늘었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나 파트너는 “회피하기보다는 미리 대비하는 게 낫다”고 주문했다. XBRL 재무공시 확대는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도 추진하는 글로벌 트렌드여서다. 나 파트너는 “내년부터 영문공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되고, 향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에도 적용된다”며 “수년 내에 XBRL 재무공시와 ESG 공시 의무화를 통한 기업경영 투명화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해 삼일회계법인은 XBRL 전문 센터를 구성해 금감원, 상장사 등에 컨설팅을 해왔다. 센터 소속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관련 프로젝트(비금융업의 주석 택사노미 표준화)를 수행하면서 XBRL 기준을 만드는데 참여했다. 나 파트너는 “회사에서 전문인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XBRL 업무를 맡을지, 어떤 재무정보를 얼마나 공시할지 등 고민할 부분이 많다”며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쟁점을 대비하고, 정부는 공시 교육·지원센터 설립 등 지원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