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이 지난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물론 전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하며, 온 나라가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수백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10년 전인 2012년 1.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반토박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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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 산하에 이민청 신설을 검토하고, 오는 6월엔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을 설치하는 등 이민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민 확대 대상 및 수용 규모 등 구체적인 계획없이, 과거 저출생 대책과 마찬가지로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또 이민을 통해 내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 일자리 부족을 메꾸겠단 구상도 자칫 가까운 미래에 인종 갈등을 유발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이민 대상이 특정 국가에 편중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 약 200만명 중 절반 정도는 중국동포(조선족) 등 중국 국적자다. 또 주요 이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외국국적동포 중 중국 국적자는 80%에 달한다. 이로 인해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 전원이 중국 국적이라, 이중언어(한국어·중국어)교실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민이 확대되면 지역에 따라 이런 현상은 한층 가속화될 수 있다. 문화·언어적 차이로 인한 갈등을 막을 대비책이 선행돼야한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출생을 막기 위한 적정 이민 규모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인구가 약 3억 4000만명으로 한국(약 5100만명)의 6.7배에 달하는 미국은 매년 100만명 안팎에게 새로 시민권을 주고 있다. 미국의 합계출산율이 1.7명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낮은 출산율 및 인구 비례 등으로 추산시 매년 최소 20만명 이상 이민을 받아야한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영주권 취득이 가능한 ‘F-비자’ 신규 취득자 6만 111명 대비 3배가 넘는 수준으로 30년 뒤엔 전체 인구의 약 20%가 이민자로 채워지게 된다.
저출생은 우리나라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천문학적 예산을 쓰고도 허송세월을 보냈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민 정책만큼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치밀한 시행방안을 마련한 뒤 추진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