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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첫 예산안 공개…국방비 동결, 사회복지 대폭 증액(종합)

방성훈 기자I 2021.04.10 08:00:21

바이든, 10월 시작될 2022연도 예산요구안 첫 공개
정부 재량예산 8.4% 증액…비국방예산 15.9% 늘려
국방예산 1.7%만 증액…인플레 감안시 사실상 동결
4~5% 증액 요구한 공화당…예산안 처리 길어질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 1일~2022년 9월 30일) 예산요구안을 공개했다.

인종간 형평성 재고, 공교육 강화, 기후변화 대응, 일자리 창출 등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각 부문의 예산을 대폭 늘렸다. 반면 국방비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액했던 예산은 대폭 축소, 공화당이 요구해온 규모와 큰 차이를 보이며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1조 5200억달러 규모의 2022년 회계연도 예산요구안을 공개했다. 이는 2021회계연도 1조4000억달러보다 8.4%(118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공개한 예산안은 사회보장 연금, 메디케어 등과 같은 ‘법정 의무 프로그램(mandatory programs)’에 따른 예산이 아닌, 미 행정부가 어느 정도 재량을 가지고 조정·집행이 가능한 ‘재량 프로그램(discretionary programs)’에 따른 예산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대항하기 위해 국방비를 대폭 확대해 온 트럼프 전 정부의 예산 기조를 정면으로 뒤엎는 조치로, 이번 예산요구안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의료보건, 교육비 지출 등 사회복지 예산에 큰 무게를 뒀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예산요구안은 비국방 예산을 줄여온 지난 10년 간의 추세를 되돌려 놓는 것”이라며 “기후변화와 의료, 교육 등 미국의 펀더멘털에 재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비국방예산이 7690억달러로 전년대비 15.9% 급증한 것에서 확인된다. 교육비 지출이 1028억달러로 무려 41% 늘었고, 보건분야도 23% 증액되는 등 사회복지 관련 예산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개발 등 기후변화에 1400억달러가 배정됐으며, 빈곤층 학교 지원에 200억달러, 신종 질병 치료 개발 지원에 65억달러 등이 각각 추가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 예산은 20년만에 최대인 16억달러가 늘었다.

대중교통과 환경정화에도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고 총기 판매 시 신원조회 자금을 확대했다. 그러나 국경장벽에 대한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모두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우선순위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예산 삭감 또는 증액이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은 트럼프 전 행정부가 조롱하며 삭감하려 했던 모든 프로그램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 지출 우선순위를 뒤집으려 한다”고 진단했다.

방점은 국방예산에 찍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국방예산은 7530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역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요구한 예산보다 70억달러 적은 규모일 뿐더러 공화당이 요구한 4~5% 증액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러시아로부터 불안정한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작년과 같은 수준 또는 퇴보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0.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의회 협상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요구안이 의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공화당 상원 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공화당 의원들이 예산요구안의 많은 부분에서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회 논의과정에서 예산의 우선순위를 바꾸기 위한 몇 개월 간의 긴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방예산을 10%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버니 샌더스 상원 예산위원장 등 민주당 진보진영의 반발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국방 분야와 비국방 분야 예산 증가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온 최근 예산 전통과도 결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WSJ은 “공화당이 지지해온 것보다 훨씬 적고, 진보주의자들이 주장해온 것보다는 훨씬 많다”고 평가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을 강하게 유지하려면 국방과 비국방 지출 우선순위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양당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안에 대해 “자유주의자들의 희망 목록 우선순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사회보장연금 등 의무지출과 세입 및 재정수지 전망 등이 포함된 전체 예산안은 조만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2조달러의 인플라 투자와 법인세율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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