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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임기 초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무엇보다 북한의 도발이 확연히 줄어서다. 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2017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북한의 대남 도발은 굵직한 것만 10차례가 넘지만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2018년엔 도발이 자취를 감췄다. 2018년 가을에는 9·19 남북 군사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 심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하노이 노딜’ 그 후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줄곧 ‘운전자론’을 주창했지만, 북미 정상이 만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뒤에는 문 정부가 주도적으로 어떤 것을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미국과 북한 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남한 정부가 더 창의적인 해법을 찾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 간의 간극을 메우는 대신, 남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했다. 유엔(UN) 제재를 피해야 했던 만큼 지엽적인 협력을 제안하는 데 그쳤다. 가령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을 제안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해 언급했다. ‘종전선언’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뒤에는 올해 열릴 예정인 도쿄 올림픽에서 북미간 대화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타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언급한 카드는 모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받아들기 어려웠으리라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긋났고 신임 미국 행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 모호한 상황에서 남한 정부의 ‘작은’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리스크가 컸다는 판단이다.
남은 1년, 작은 제안 아닌 ‘계승’ 준비해야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1년 동안에는 새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미국과 북한 간의 생각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 한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유산을 이어받아 한반도 정책을 좀더 좋은 환경에서 펴게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북한, 한국의 개념을 명확히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군축과 핵 폐기에 방점을 찍은 반면, 북한은 어느 정도 핵을 축소하면 단계적으로나마 제재 해제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분석이다. 애초에 개념 정립을 하지 않았던 데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 개념이 이미 상호 간에 고착화됐다면,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접촉의 모든 것을 설계하지는 못하더라도 접촉의 발판이 되는 우리만의 구상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상호 안전보장 체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고 그 의미를 상호간 동일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같은 구상을 올해 상반기 안에 빠르게 정립하고 미국과 북한에 공개적이고 지속적으로 선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