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금융권에 망분리 규제를 도입한 지 10년. 국내 금융사의 금융 혁신은 글로벌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 금융사는 의무적으로 외부 인터넷망과 내부 전산실 연결망을 모두 분리해서 운영해야 한다. 이는 금융시스템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개발 능률과 효율성을 지나치게 떨어뜨린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고도화한 고객응대와 상품개발 등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규제에 가로막힌 핀테크 업체는 성장 동력을 잃었고 금융사는 손을 놓고 있다. 개발자가 떠나면서 혁신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 금융권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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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서도 난감하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도입과 관련해 금융업은 망분리 규제로 AI 활용과 고도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망분리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AI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전산센터 내부의 온프레미스 형식 혹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형식이어야 하는데 시스템 구축 비용이 별도로 발생해 부담이 크다.
특히 핀테크 업계에서는 오픈소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반 개발 도구 등 신기술 활용도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망분리 규제가 신기술 활용성을 떨어뜨려 사업을 전개해나가기 어려운 부분이 대부분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등이 원하는 수준의 망분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십억원의 비용이 든다”며 “스타트업이 이만한 비용을 감내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금융지주사가 속 시원히 지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금융권의 AI 활용은 데이터 활용·공유 관련 규제 등으로 실제 활용도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 등 116개 금융사의 IT 직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AI 활용현황과 정책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7%는 ‘규제에 따른 활용제한’으로 AI 도입·활용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IT 종사자들은 AI 활용을 저해하는 규제의 구체적 사례로 ‘망분리 규제’(76.6%)를 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물리적 망분리 규제의 조건적 면제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라도 지정해주길 업계에서는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