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도 군산 비축기지 ‘이상무’

박진환 기자I 2023.04.27 06:00:00

9개 비축기지 중 군산은 야적장 9만㎡·창고 4만㎡ 최대규모
알루미늄 4.7만t 등 비철금속 6.6만t 비축중…물가안정 기여
경제 안보품목 발굴 등 인프라 확충…비축재고 60일분 목표

군산 비축기지 내 창고에 보관 중인 납과 구리, 아연, 주석 등 비철금속 4종. (사진=박진환 기자)


[군산=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24일 전북 군산시 무역로 13 조달청 군산 비축기지는 중국발 황사의 영향인지 스산한 분위기가 주변을 엄습하고 있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촉발됐고,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는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켰고, 이 위기를 보여주려는 듯 군산 비축기지 상공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의약품과 마스크에 이어 식량과 에너지 등 모든 분야의 공급망이 흔들렸고, 이는 물가 폭등을 야기했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핵심 분야 경쟁력 강화법을 도입했고, 공급망 교란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로 공급망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다. 유럽연합(EU)도 특정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축소하고, 역내투자를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발표했다. 또 주요국들은 다자무역체제가 퇴조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블록화됨에 따라 자국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법령, 전담 조직, 자금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를 계기로 범정부 차원에서 공급망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원자재 가격 폭등과 품귀 현상으로 수출 대한민국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원자재·물자를 직접 구매·비축하고, 공급망 위기 시 기업에 방출해 물가안정을 도모하고, 수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원자재 등 비축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축기지의 규모를 늘리고, 비축 품목도 다변화하기로 했다.

조달청 관계자들이 취재진이 군산 비축기지 야적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달청 제공)


군산 비축기지에는 야적장과 창고동에 알루미늄 4만 7000t을 비롯해 비철금속 6만 6000t을 비축돼 있었다. 조달청이 보유한 전국 9개 비축기지 중 하나인 군산 비축기지는 야적장 9만 3795㎡, 창고 5개동 3만 8435㎡로 축구장 18개 면적에 달한다. 군산 비축기지는 조달청 전체 비축 시설의 47%로 전국 최대 규모이다. 이 기지는 1979년 군산시 소룡동에서 2008년 군산 무역로로 이전해 현재의 외형을 갖췄다. 야적장 한켠에는 신규 비축창고를 짓기 위한 예정부지가 공사를 기다리고 있다. 조달청은 총사업비 238억원을 투입해 1만 4686㎡ 규모의 비축창고를 추가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군산 비축기지 내 창고에는 납과 구리, 아연, 주석 등 비철금속 4종이 보관돼 있었다. 납은 품명(연괴), 포장번호, 계약번호, 입항과 입고일자, 수량과 중량, 원산지 등 체계적인 ‘비축물자 명세표’로 관리되고 있었다. 군산 비축기지는 2011년 한국광해공업공단에서 군산에 희소금속 전용비축기지 조성을 추진하던 중 ‘중앙부처인 조달청에서 비축기지를 건설하고 광해공단도 함께 이용하라’는 예산 당국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국가 핵심 비축시설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경제안보 품목을 비축하는 국가시설인 만큼 보안도 삼엄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모두 48대의 CCTV가 시설 곳곳을 비추고 있었고, 비축기지 상황실에선 CCTV를 통해 실시간 감독과 관리를 하고 있다. 9명의 직원이 교대로 24시간 보안에 주력하고 있었다. 박진원 조달청 원자재비축과장은 “24시간 상주 감시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가보안시설 지정을 골자로 국방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창고와 창고 사이 9만 3795㎡ 규모의 야적장에는 알루미늄 인고트(Ingot,괴) 형태의 비축물량 4만 4837t이 쌓여 있었다. 철이나 기타 금속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식에 강해 보관이 쉽지만 보관장소가 마땅치 않아 야적 형태로 보관 중이다. 군산비축기지 내 창고 4개동과 야적장 2만 205㎡는 한국광해광업공단에 임대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종욱 조달청장은 “국가 비축의 근본적인 목적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원자재 수급 안정을 통한 국내 기업 지원의 기능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며 “원자재 수급 위기 시 국내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 구매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조달청은 8만 3000t의 비철금속을 중소기업들에게 방출했다. 또 조달청은 비철금속 비축량을 늘리고 경제 안보 품목 비축 품목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공공비축의 절대적인 양을 확대하는 한편 비축 사업을 활용해 수출 기업 지원 및 비축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비철금속의 비축량을 수입 수요의 최소 60일분까지 늘려야 하는 점도 시급한 과제다. 비축량 60일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발생 시 대체수입 수요선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요시간이다.

이 청장은 “현재 보유 중인 비철금속 비축 재고를 국내 수입수요 기준 올 연말 49일분에서 2027년까지 60일분으로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며 “올해에는 신규 비축자금 500억원을 포함한 가용 비축자금을 최대한 활용해 비철금속 9000t 이상 구매로 51일분까지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시화된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망 확보가 우리경제에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며 “국내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달청이 원자재 위기 대응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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