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에서 사진작가로…강승윤 "사진은 솔직한 내면이자 동반자"

이윤정 기자I 2023.03.30 05:30:00

첫 사진전 ''하늘 지붕'' 열어
기와지붕·하늘 등 아날로그 감성 담아
"실력·역량 늘려서 인정받는 아티스트될 것"
4월 19일까지 스타트플러스 갤러리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하늘로 날아가는 비눗방울을 보고 있자니 문득 잊고 있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이제는 폐교가 되어버린 사진 속 학교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였을 것이다. 오래된 골목 한켠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고양이와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있는 새들까지. 사진에 담긴 찰나의 순간이 잊고 있던 꿈과 평화로운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의 풍경을 카메라 렌즈에 멋스럽게 담아낸 이는 인기가수 그룹 위너의 리더 강승윤(29)이다.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뒤로하고 사진작가 유연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유연’(Yooyeon)은 모든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은 작가명이다.

4월 19일까지 서울 성수동 스타트플러스 갤러리에서 여는 사진전 ‘하늘 지붕’은 유연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유연 작가의 ‘동심_서울’(사진=스타트아트코리아).
유연 작가는 바쁜 활동 중에도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낯선 장소 등을 렌즈 안에 꾸준히 담아냈다. 수많은 인화지 속 흔적 가운데 일부를 이번 전시를 위해 공개했다.

최근 스타트플러스에서 만난 유연 작가는 “높은 곳을 향한 욕망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렌즈에 담아내곤 했다”며 “사진은 가장 솔직한 나의 내면이자 내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유연의 사진작품은 2021년 ‘코리안 아이(KOREAN EYE): 창조성과 백일몽’ 전시를 열면서 멤버 송민호과 함께 처음 출품했다. 지난해 개최한 ‘스타트아트페어 서울 2022’에도 작가만의 색감을 담아낸 부스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연 작가의 아날로그 감성과 함께 하늘 지붕으로 향하는 여정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시점을 위로 바라다보는 사진들이 많다. ‘처마 밑 풍경’은 화암사의 처마를 아래서 바라본 모습을 담았고, ‘기와지붕’ 역시 지붕의 끝부분과 하늘을 담았다. 하늘이 주는 여백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광이 한 장의 그림 같다.

“촬영차 호도섬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였는데 할아버지께서 처마 밑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계셨죠. 그 장면을 보면서 할아버지의 치열한 삶이 보였다고 해야 하나. 하하. 그 집은 할아버지가 찾은 노후의 평화로운 삶일 거라는 생각에 사진을 찍었어요. 그렇게 ‘어느 할아버지의 지붕’이 탄생했죠. 지붕이 프레임 안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유연 작가(사진=스타트아트코리아).
뮤지션으로서 그는 작사와 작곡을 직접 하기도 한다. 음악을 만들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끔 가사를 썼다면, 사진은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본 세상을 담으려 했다.

“평범한 일상이라도 사진으로 찍어서 보면 느낌이 전혀 다르기도 해요. 사실 사진은 기록을 위한 수단으로 출발한 예술이잖아요. 하지만 제가 찍은 사진은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보고 싶은 세상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사진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 좀 더 착하다고 할까요(웃음). 저에게 있어 사진은 음악보다 좀 더 유연한 것 같아요.”

이번 전시를 위해 고향인 부산에 다녀왔다고 했다. 오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마음을 먹고 떠난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연 작가는 “내 인생의 출발점인 부산을 출사지로 선택했다”며 “내가 사진에 담아온 한국의 풍경이 해외 팬들에게는 또 다른 매력과 생경함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공간에서는 음악도 나온다. 전시와 연관 있는 노랫말을 담은 음악들이다. 선곡도 직접 했다. 그는 “노래의 클라이맥스와 자유를 함께 생각하면서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을 보면 좋을 것”이라며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 둘 다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유연 작가의 ‘하늘 지붕’ 전시 전경(사진=스타트아트코리아).
빼어난 그림 솜씨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멤버 송민호와는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다. “이렇게 한번 찍어보면 어때?”라는 송민호의 말 한마디에 제대로 된 카메라를 구매하면서 전시까지 열게 됐단다.

“민호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영향을 많이 주는 친구예요. 이번에 개인전을 열면서 멤버들에게 전시 포스터를 보냈는데 평소 장난스럽던 민호가 ‘정말 기대된다’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감동이었죠. 항상 서로의 길을 응원해주고 서로 기대감을 자아내는 파트너인 것 같아요.”

사진작가로서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다. 티켓 파워가 있다는 이유로 좀 더 쉽게 전시를 연다는 편견도 있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는 멋진 결과물로 그런 편견에 맞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 분야를 꾸준히 걸어온 이들의 자리를 뺏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니에요. 뒷받침되는 실력과 역량을 늘려서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면 그런 말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런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돌려서 멋진 활동을 이어나가는 게 제 역할이자 목표예요.”

유연 작가의 ‘기와지붕’(사진=스타트아트코리아).
유연 작가의 ‘처마 밑 풍경’(사진=스타트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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